웃어라, 샤일록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민현주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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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을정도로 들었던 말이 있다. 그 누구에게도 돈은 꿔주지 말라고... 돈을 꿔주고 싶으면 그냥 주고 돌려받지 않을 마음이 있다면 빌려주되 그 돈을 다시 받을 생각이라면 애초에 돈 거래는 하지말라고 말이다. 돈을 잃으면 화나지만 돈을 잃게 되면 사람도 잃게 되는것이 더 큰 아픔이 된다는 말... 그래서 회사원 시절에 친구에게 돌려받을 마음은 갖지 않고 빌려줬는데 오히려 그 친구가 나를 손절했던 일이 있다. 이후 돈거래는 절대 하지 않는다.

위에선 독자의 경험을 예시로 들었지만 '웃어라, 샤일록'은 금융 미스터리로 1980년대에 일본이 겪었던 거품 경제의 모습을 보여준다. 당시 일본은 아시아의 최대 경제국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거듭 돌파하면서 주식과 부동산 등의 가치가 치솟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버블경제는 말 그대로 꺼지기도 쉬웠다는 점... 고평가된 것들이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산업이 무너지고 금융, 부동산, 주식 등이 붕괴되기 시작했고 이것을 막기위한 대책으로 낮은 이자로 돈을 풀었지만 결국 과거로 돌아갔다는 것...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다. 상환 능력이 없는 이에게 대출을 해준다는 것 자체가 몰상식한 일이라고 생각할테지만 은행의 주된 업무는 대출로 인한 이자수익의 발생이므로 성과를 위한 뒷거래는 존재하지 않을래야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자~ 이로 인해 누구하나 죽어나가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 그것을 보여주는 이 책은 저자 나카야마 시치리가 미스터리로 탄생시키기도 했지만 현재 심각한 사회문제를 담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베니스의 상인'에 등장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그 이름이 샤일록이다. 데이토제일은행에 이 별명을 소지한 최고의 에이스가 있다고 하는데 바로 샤일록 야마가라고 부른다. 입행한지 2년차에 주임을 달면서 순탄대로를 걷나 싶었는데 3년차에 갑작스런 인사발령을 받게 된 유키는 우울감을 감출수가 없었다. 영업부가 앞길이라면 섭외부는 갈 곳 없는 자들이 모이는 길이라고 해서 뒷길이라 말하는데, 이곳의 업무는 부실채권을 회수해 대출로 돌리는 일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은행의 대출금을 갚지않은 악덕 채무자를 찾아 어떻게든 돈을 받아내는 일이란거다.

게다가 유키를 담당한 상사가 바로 그 이름도 유명한 샤일록 야마가였다. 첫 대면에 우리 업무가 돈을 되찾는 고작 회수업무라고 쉽게 볼거면 생각을 고쳐먹던지 아니면 사표를 던지라고 말하며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돈이고 목숨도 보험으로 값을 매기며 애정도 금액에 따라 접근정도가 다르다는 말에 반박조차 할 수 없었던 유키는 앞날이 깜깜하기만 했다. 하지만 함께 다니면서 강제추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고객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는 모습에 매료당한 유키... 업무외에는 관심없고 차갑고 냉정한 말투로 채무자를 자극하기도 하지만 회생불능의 그들을 가능케 하는 기회도 제공하는 그를 보며 내심 인간다운 모습도 보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여느때와 같이 출근한 유키는 야마다가 사체로 발견됐다는 전화를 받는데... 그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 채무자의 소행인지 아니면 그의 업무능력을 시기하는 동료의 범행인지...

 

신용 대출은 사람을 보고, 담보 대출은 물건을 본다. 모두가 그런 기준으로 대출업무를 수행하지만 모든 채무자가 돈을 갚는 것은 아니다. 책에서는 개인의 신용문제도 다뤘지만 문제는 정치나 종교 등의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는 단체들의 경우다. 부실기업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거나 상환능력이 없는 단체로 흘러간 돈은 회수불능 상태가 되고, 뻔뻔하게도 은행권의 제로를 악용해 대손처리하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모습에 실소를 던지기도 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과연 책 속의 이야기일뿐일까? 무엇을 사냥하더라도 위에서 움직이는 조력자가 있는 한, 이 썩어빠진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하는 듯 했다. 저자는 특별한 소재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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