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 ~ 1939년까지 벌어졌던 스페인 내전... 당시 동시대를 장식한 작가 중에 조지 오웰,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리고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내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고 이후 연합군이 개입후 해방이 된 뒤에야 '어린 왕자'를 출간 할 수 있었다.
열린책들 35주년 기념으로 다시 만나게 된 '어린 왕자'는 특히 생텍쥐페리가 직접 그린 삽화가 들어있어 무척 설레기도 했다.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하여 기적적 생환을 그린 우편 비행 조종사 이야기 '야간 비행'을 통해 사막이 주는 심한 갈증과 죽음의 공포를 마주했던 절망감이었다면 '어린 왕자'는 어른들의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렇다고 '야간 비행'이 절망만을 말한 것은 아니다. 불안한 조종사의 심리를 그리면서 나 자신뿐만 아니라 애타게 나를 찾는 이들의 강박적 심리를 해방시키기 위해 빨리 구조되어야겠다는 의지를 품었기 때문이다. 절박한 사막... 어린 왕자는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라고 말하며 끊임없이 희망의 별을 심어준 친구...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 눈을 떠보니 그곳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가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다. 소행성에서 온 어린 왕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양 한마리를 그려달라고 한다. 사실 조종사는 여섯살때 멋진 꿈이었던 화가를 포기했다. 코끼리를 삼키던 보아뱀을 보고 그린 그림을 모자라고 하는 어른에게 매번 설명해줘야 했기때문인데 난감하게도 양을 그려달라니... 여러번 시도 끝에 어린 왕자가 원하는 양이 그 안에 있다며 박스를 그려주었다. 그렇게 양을 데리고 떠난지 6년...
어린 왕자가 첫번째 별에서 만난 복종의 왕, 두 손을 마주쳐보라더니 박수에 대한 답례를 하는 허영쟁이, 술을 마셔서 우울감이 느껴지고 그 우울감을 잊으려 또 술을 마신다는 술꾼, 딸 수 없는 별을 소유해야만 직성이 풀린다는 사업가의 별, 가로등 하나와 사람 하나 설 자리밖에 없는 그곳에 불을 켜는 사람, 넓은 별에서 만난 지리학자는 책으로만 탐험했기에 바다나 사막이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여섯개의 별을 지나 지구로 온 어린 왕자가 본 것은 수많은 왕과 지리학자, 사업가와 주정뱅이 등의 20억에 달하는 어른들이 살고 있는데 이곳은 진심으로 행복한 별일까...
'어린 왕자'는 어쩌면 철없는 어른들을 토닥이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선물하는 듯 했다. 권력을 잡아 왕이 된다거나 잡히지 않는 돈을 쫓고 쉬지않고 일하거나 술을 마시며 자신을 돌보지 않는 어른들에게 말이다. 우리가 어린 왕자를 보며 이 책의 첫 이야기를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떠올리는데, 사실 친구에게 보낸 헌사가 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의 친구 레옹 베르트는 유태인으로 나치로부터 도망치는 망명자의 삶을 살았는데 가진 자가 아닌 갖지 못한 자의 삶에 공감과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