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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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년에 출간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작가가 평소에 존경했던 이반 일리치 메치니꼬프를 모델로 썼다고 하는데 그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노벨 생리학상 수상자인 메치니꼬프의 형이다. 이 책을 접한 메치니꼬프는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 죽음이란 공포를 이보다 잘 묘사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 죽음이란 단어가 주는 불안은 여전히 인간을 흔들리게 한다.

철학적 인문학을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한 망망대해의 항해를 시작하는데 무엇하나 보이지않는 바다 한가운데서 갈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해진 진로에 따라 흔들림없이 항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혼돈의 바다속에서 침몰하느냐 아니면 헤쳐나가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고 마지막엔 자신의 삶이 가치있었던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게 되는데, 근본적인 평가는 나 자신의 몫이란거다. 하지만 죽음을 이미 예견하고 있고 죽음으로 향하는 시간의 공포는 그 누구도 형용할 수 없는 것으로 이 책에 말하는 죽음 또한 타인의 몫이 아닌 오로지 나만이 견뎌내야 할 시간임을 말해주고 있는데 이반 일리치가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까지의 고통을 레프 똘스또이는 어떻게 그렸는지 이제부터 이야기 하려한다.






고등 법원의 판사였던 이반 일리치... 그는 성공한 판사였고 세련된 교양인으로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특히 그가 생각하는 평범한 결혼생활의 기준은 아내가 제공하는 편안한 집밥과 깨끗한 살림, 그리고 잠자리였는데 사회통념상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범위라 말하는 그의 기준이 어느선까지 미치는지 알수는 없다. 이사할 집에 커텐을 달다 넘어진 그는 가벼운 상처로만 여겼던 통증으로 45세에 생을 마감한다. 죽음 직전까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고 삶의 끄트머리에 이르러서는 가족에게까지 분노를 드러내는데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방문 세개를 넘었다고 하니 그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예상조차 되질않는다.

법원의 집무실에서는 법관들이 모여 사건에 대해 논의를 하다 이반 일리치의 사망소식을 듣는다. 그의 죽음을 들은 누군가는 겉으론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의 자리를 대신해 앉게 되면 연봉이 얼마나 오를지에 대한 생각을 하고, 가족조차 사망후 국가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는데 역시 죽음은 허무만 남기는 듯 했다.

인간은 주어진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부족한 부분을 생각하게 된다. 집이 조금만 더 넓으면 좋겠고 돈도 조금만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조금만 더 나아지면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욕심을 불러일으키는 게 바로 인간이다. 이반 일리치도 아픔을 견뎌가면서 가족보다는 항상 곁에 있었던 하인이 유일한 위로였는데 생의 마지막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을 그대로 보여준 것 같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어쩌면 레프 똘스또이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통해 내 삶을 함부로 버리지말고 좀더 소중히 여겨야 함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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