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평점 :
품절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갖추지 못했기에 이런 제목을 붙였던 것일까? 인문학적으로 살펴보자면 이러한 문제의 논지는 끝없는 토론이 될 것이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타고난 인의예지의 도덕적의 근본은 선한 것으로 맹자가 주장하는 성선설에 반해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는 인간은 원래부터 이기적인 욕망을 타고났다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이성적인 선함을 되찾는 것이라 했다. 마찬가지로 서양의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의 성격발달단계의 자아발달과 아들러의 개인 심리이론의 리비도도 어떻게 보면 인간이 가지는 욕망의 발달관계를 보여주는데 이렇게 생각하자면 무엇으로 타고났어도 저마다의 본성을 따라 성장하면서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판단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칼 융에 따르면 인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존재로 무의식을 시작으로 자아발달을 한다고 하는데 '인간 실격'을 탈고한 이후 자살로 삶을 마감한 저자 다자이 오사무는 인간의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책 속의 머릿말과 후기는 제 삼자의 시선으로 그렸지만 나머지 수기의 화자는 요조의 독백형식의 글로 표현하고 있다. 자신은 인간 본연의 감각이 결여된 사람이라 고백한 그는 보통의 사람 속에 어우러진 삶을 살아보려 거짓된 삶이라는 가면을 썼다고 한다. 애초에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목적이 행복이라면 자신이 생각하는 삶과 타인이 가지고 있는 행복이란 관념이 너무나 달랐던 요조는 타인의 행복은 자신이 생각하기엔 지옥이었다고 한다. 결국 어린나이의 그는 타인이 말하는 행복에 속하고자 광대짓을 하며 살기로 결심하는데 실제로는 그것이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구애였다.

청소년이 된 그는 다케이치란 친구를 만나는데, 사실 만났다기보다 가면을 쓰고 살아가야 하는 요조 입장에선 의도적인 접근이었다. 그의 행동과 미소 띈 얼굴이 계획적인 행동이라 눈치를 챘기때문인데 그가 말한 두가지 예언때문에 삶의 방향을 결정한 요조는 사회속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술, 담배, 매춘부, 그리고 자살기도에 이르기까지 그에게 있어 삶이란 타인의 눈을 만족시키기 위한 조건적 행위였던 것 뿐이었기에 허무한 껍데기였던 것이었다.

삼류 만화가가 된 요조는 자신에게 호감을 갖는 여성에 빌붙어 살기 시작하다. 우는 여자에겐 단 것을 주는 지혜도 배웠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는 입을 맞추면 언제나 호감을 샀기때문이다. 한번 망가진 삶은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듯 그는 세상의 어둠속으로 서서히 중독되어갔다.

인간은 여러번의 실패와 우울을 품고 살아간다. 그렇게 지쳤을 때 소소한 단 한번의 행복을 만끽하기 위해서... 매번 그런 삶이 반복되다보면 어느새 나 자신은 세상에 속해있고 행복을 느끼는 존재란 생각을 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인간 실격'은 타인의 눈높이에 끼워맞춰 자신의 본모습을 표현하지 못한 누군가의 삶이다. 책 속의 요조뿐만 아니라 싫어도 거절하지 못하고 군중심리를 통해 목적없이 그저 삶을 영위하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인간으로서의 근본적인 정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