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의 살인법 1
서아람 지음 / 스윙테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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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가면을 쓰고 거침없이 살의를 즐기는 사이코패스 왕세자 이범과 물건에 깃든 기억을 그려내는 사이코메트리의 궁녀 윤서린의 물러설 수 없는 대립... 절대적 우세와 절대적 약세가 펼치는 궁중스릴러라는 장르가 생소하기도 했지만, 평소 궁중 로맨스를 즐겨있는 나로서는 좋아하는 두 장르가 섞여져 있어서 관심이 증폭됐다. 일반 독자들은 왕세자와 티격태격하며 조금씩 커져가는 로맨스를 많이 봐 왔을텐데, 숨겨진 내면의 비밀을 간직한 채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해결한다니 숨가쁘게 읽어나가야 될 것 같다.

명망있는 가문에 평소에도 약자에게 베푸는 것을 실천한 예조판서 윤대감, 부인은 잃었지만 그에겐 소중한 두 딸 서린아린이 있었다. 어느날 열녀문을 인정받기 위해 혼례복 치마를 들고 찾아온 손님... 서린은 예쁜 빛깔의 치마에 홀린 듯 왼손 끝을 대었다가 혼절을 하고 만다. 먼저 간 남편을 기리다 죽음을 맞이했다는 며느리는 사실 남편잡아먹은 년이라며 시부모가 굶겨 죽인 기억을 본 것이었다. 깨어나지 못하고 사경을 헤매고 있는 윤대감의 집에 스님이 찾아와 자신의 옷깃을 찢어주며 10년간 왼손에 감고 있으라하는데....

한편 왕궁 북쪽에 있는 설화당엔 왕이 찾아주기만을 기다리는 희빈 박씨가 있었다. 매일 중전과 세자를 저주하며 원망의 말을 퍼붓다 결국엔 독살을 시도하는데 그것이 탄로나 사지가 찢기는 거열형에 처하고 만다. 모든 것을 목격한 그녀의 아들 범성군... 중전은 그를 안타깝게 여겨 세자 헌과 동궁에서 함께 지내도록했고 함께 사냥터로 나가던 날 살의를 느낀 범성군은 헌이 타고 있는 말에 못을 장착해 사고로 위장한다. 그렇게 세자가 된 범성군과 10년동안 깨어나지 못하는 헌....

세월이 얼마나 지났을까... 반역 혐의로 제주유배형을 떠난 윤대감, 몰락한 명문가의 딸 서린과 아린은 궁녀로 입궁하게 된다. 어머니의 마지막 유품을 팔아 아린에게 꽃신을 선물한 날... 그날, 아린이 죽었다. 동생의 죽음이 석연치 않았던 서린은 그동안 봉인해 둔 낡은 천을 풀었고 그 기억속을 보게된다. 또한 온화한 인품의 가면을 쓴 세자 범은 동생의 죽음을 절망하는 서린을 보며 희열을 느끼는데...

사물에 깃든 기억은 모든 것을 보여주지않는다. 의문의 사건은 계속 일어나지만 권력을 마음껏 휘두르며 한치도 흔들림없는 치밀함에 서린은 더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왕세자의 살인법'은 기발한 소재뿐만 아니라 거침없이 유연하게 이어지는 문장들때문에 속사포처럼 읽어냈다. 여주인공을 쉼없이 망가트리고 절벽끝으로 밀어넣는 듯 하지만 결국엔 진실이 이길 것이라 믿으며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겼는데 역시 1편에선 쉽사리 놓아주질 않았다. 다음편엔 윤대감의 모든 오명을 벗고 진실에 근접할 수 있는 이야기가 펼쳐졌음 좋겠다. 왕세자의 몰락을 꼭 마주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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