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른의 유괴마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시기에 과감히 백신 부작용에 관한 미스터리를 들고나오다니 과연 반전의 제왕답다. 재작년 겨울, 전 세계를 전염병으로 물들인 코로나19는 그야말로 길거리의 인적을 감추게 했다. 각 나라에서 치료제와 백신개발에 박차를 가했지만 현재까지 완치가능한 의약품을 개발하지 못한 실정이다. 백신 수급이 되는대로 현재 접종을 하고 있지만 저마다 가지고 있는 신체 특성과 기저질환때문에 적지않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하멜른의 유괴마'는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으로 신체운동장애와 기억장애를 앓게 된 소녀들의 유괴사건을 그렸다. 몸이 불편한 친구들을 납치해서 이득을 보는 자들이 과연 누구일지 생각을 해보면 그 생각의 끝이 한 곳으로 미치겠지만 저자의 트릭이라면 뻔한 스토리로 독자를 현혹시키진 않았을 것이다.

 

 

제목을 보면 그림형제의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자연적으로 생각난다. 이야기를 간추려 보자면 한 도시에 쥐떼가 나타났고 쥐를 없애주는 조건으로 피리 부는 사나이에게 대가를 치르기로 약속했지만 그들은 약속을 지키지않고 푼돈을 쥐어주며 쫓아내고 만다. 화가난 사나이는 도시로 돌아와 쥐를 유인한 방법으로 130명의 아이들을 유인해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 재미있는 점은 형사들은 그를 유괴범의 아버지라고 부른다는 말에 헛웃음을 지었다.

쓰키시마 아야코는 기억장애를 앓고 있는 딸 가나에와 병원에 다녀오는 길에 잠시 가게에 들르게 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게 앞에서 기다리던 딸은 그렇게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며칠 후에는 친구와 함께 신사에 소원을 빌러 간 명문교에 다니는 아미가 또 실종되고 만다. 두 소녀의 실종이 연관되었다는 사실은 절, 신사, 피리 부는 사나이 그림엽서... 그리고 대립적으로는 자궁 경부암 백신 피해자와 백신 접종을 권장하는 협회로 백신과 연결되어 있었다.

사건을 조사하던 이누카이는 먼저 '일곱 색의 독'에서 만났던 반가운 인물로 얼굴값 못하는 형사지만 절대 죽지않는 사냥 본능을 가진 자다. 문제는 사건의 마지막까지 혼동의 연속으로 수사는 지지부진했지만 역시 피날레는 그의 몫이였다.

처음 실종된 가나에의 엄마 아야코는 딸의 기억장애가 시작될즈음 블로그를 통해 투병자일기를 써왔다. 그곳엔 비슷한 증상을 가진 환자의 처지를 공감하며 '전국 자궁경부암 백신 피해자 대책 모임'에 소속되어 활동을 하고 있었고 '일본 산부인과 협회'의 회장인 마키노는 자궁경부암 백신 정기접종에 선봉자 역할을 했다. 바로 아미가 그의 딸이다. 더 큰 문제는 의원회관에 모여 집회를 하던 백신 피해자들이 집단으로 납치된 사건이 벌어지는데... 당시 몸값 요구나 피해자의 사체가 발견되지 않아 혼란에 빠졌던 경찰에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의 메세지가 도착하며 정체를 드러내나 싶었는데...

위에서 피리 부는 사나이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 책을 읽을 때, 그 이야기를 토대로 읽으면 생각보다 쉽게 이 미스터리의 비밀을 풀 수 있다. 게다가 이번 '하멜른의 유괴마'는 친절하게도 저자가 굉장히 많은 단서를 제공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책 속의 소녀들은 모두 자궁경부암 백신의 피해자이고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접종 비율에 비해 피해자가 많지않다는 점을 핑계로 그들의 목소리를 묵살시키고 만다. 제약회사와 후생노동성, 더 나아가 의사 간의 유착은 아마도 그들의 이야기만은 아닐것이다. 흥미롭고 재미로만 읽기엔 상상치도 못했던 의약품 개발이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에게 적지않은 과제를 남긴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