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부들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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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의 나이지리아는 독재 군부와 민주화 세력의 대립과 다부족 국가로 종족 분쟁, 그리고 유전 쟁탈로 인한 테러단체가 확산하는 시기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들은 종교에 대한 맹신과 불신이 동시에 일어나게 되는데 '어부들'은 신의 힘인지 미신의 힘인지 알 수 없는 광기로 인한 비극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절대적 믿음이 결코 모든 존재의 평안을 가져다주지 않음은 그들을 시험하기 위함이고 신으로부터 나오는 예언은 거부할 수없는 심판이며 그것을 이겨낸 자만이 영광을 누린다는 신념은 믿지않는 자에게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아마도 광기에 뒤덮혀 악마에 속한 사람이라 믿었던 자의 예언이 맞아떨어지면서 신의 말씀을 의심한 것에 대한 대가라면 이것은 오로지 인간의 나약함을 빌미로 복종하기를 명하는 것이 아닐까...?

1996년 1월 나이지리아 서부마을 아쿠레... 이들의 비극은 중앙은행에 다니는 아버가 전근으로 집을 비우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아버지는 6남매 이켄나, 보자, 오벰베, 벤저민, 데이비드, 은켐을 두고 떠나는 게 안타까웠지만 신의 가호와 꿈을 좇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단단한 각오를 다진다. 이들의 삶이 어그러지기 시작한 계기는 금지된 강에서의 낚시였다. 강에서 낚시를 하던 아이들을 본 어머니의 친구가 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2주에 한번씩 돌아오는 아버지에게까지 전달되면서 채찍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또 하나는 악마의 혼이 씐 아불루가 이켄나를 향한 저주의 예언을 내리는데 그냥 흘려넘기기엔 그가 예언하는 말대로 되는 경우가 많았기에 불안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이때부터 이켄나는 점점 어두워지면서 포악함을 숨기지 않는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을 휘둘렀고 결국 말릴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면서 피의 혈투로 사망하게 되는 이켄나... 그리고 우물에서 발견된 보자... 이들의 파멸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아이들이 처음 시도한 보복은 금지된 강에서 낚시한 것을 일러바친 이야 이야보의 닭의 목을 친 일... 그리고 저주의 예언을 퍼부었던 아불루를 향한 분노와 복수... 그들은 그렇게 믿음에 대한 불안으로 신에게서 멀어진다.

신이 존재는 죄악으로 물든 세상으로부터 지친 영혼에게 손 내밀어 주는 것이 바로 믿음의 존재가 아닐까... 나약한 인간이 나락으로 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저자는 독자들에게 어떤 메세지를 남기고 싶었던걸까... '어부들'은 낚시대를 던져 무엇을 낚아 올리지 모를 것들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내면의 모습으로 비춰 독자와 마주하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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