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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7월
평점 :

며칠 전 술을 마시고 귀가하던 30대 가장이 공원 벤치에서 잠시 쉬는 중에 고고생 무리들과 시비가 붙어 주먹다짐을 하다가 집단폭행으로 결국 사망하게 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런 사건이 벌어지면 촉법소년을 무기로한 무차별적인 행위가 없어져야 한다며 소년법 폐지에 대한 청원을 한다. 문제는 이러한 사건들이 최근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데다 새로운 사건이라도 터지면 과거의 사건은 금방 잊고 만다. 게다가 이슈를 위해 악의적으로 접근하는 몰상식하고 파렴치한이 존재하기에 피해자는 더이상 설 곳이 없어지고 말이다.
<방황하는 칼날>이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연재된 작품이었다니 저자는 정말이지 일찌감치 대두되고 있었던 청소년 범죄를 사회미스터리로 세상에 드러내며 현 상황의 심각성을 예언하고 있었다. 특히나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사회는 갱생의 기회를 주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숨겨주고 보호하지만 피해자의 심정은 헤아리지 않은 채 적당히 스스로 회복되기를 바라는 어처구니없는 현재의 실정은 세상의 어른들에게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점이라 직시하고 있다.

일정 기간 '보호'된 죄인들은
세상의 기억이 흐릿해질 무렵
다시 원래 세상으로 돌아온다.
그 대다수는 또 다시 법을 어긴다.
구식 자동차를 타고 여자를 물색하고 있는 세 사람은 중학교 동급생으로 문제아 수준을 아주 많이 벗어나 있다. 약을 소지하여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가이지, 가족에게 폭력을 휘둘러 따로 살게 된 이인자 아쓰야, 강압으로 조종당하며 방관하는 마코토... 이들은 불꽃놀이 축제의 경찰 병력의 빈틈을 노려 사냥감을 찾아 두리번 거리고 있다.
몇 년 전, 아내를 떠나보냈지만 안경을 찾을 때마다 할아버지라고 놀리는 딸 에마와 평범하게 살고 있는 나가미네 시게키는 친구들과 불꽃놀이를 보러간다고 해서 간만에 예쁜 유카타도 장만해 줬다.
그날... 에마는 영원히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그들은 불꽃놀이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던 에마를 납치해 아지트인 아쓰야의 집으로 향했고 마코토는 자동차를 가져오라는 아버지의 전화를 핑계로 사건에 가담하지 않는다. 다음날 떨리는 목소리로 차를 빌려달라는 말에 심상치않은 사건이 일어났음을 예측한 마코토는 뉴스에서 보도되는 사건을 맞닥뜨리게 되고 자신의 죄를 피하고자 피해자의 아버지에게 제보를 한다. 아지트로 찾아간 나가미네는 딸이 잔혹하게 성폭행을 당하는 비디오를 발견하고 복수를 결심하게 된다.
삶의 의미를 상실한 아버지...
사건현장에서 나온 비디오 영상 속에는 수많은 피해자가 등장한다. 죄를 지으면서도 촉법소년이기에 큰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들은 죄를 뉘우치는 행위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치를 떨게 만들었다. 처음 읽기 시작할때부터 이번 작품은 아마도 범인을 옹호할 것 같다고 예상한대로 옳고 그름을 판가름하는 정의의 칼날이 올바른 방향으로 향할지 무척이나 기대되었지만 책 속의 형사의 "법률이 다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매달린다"라는 낙심하는 말에 역시 그들도 인간이기에 어쩔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당연 히가시노게이고답게 마지막 반전을 마주하면 아마도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