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7월
평점 :
온갖 불행을 짊어진 두 여자의 삶을 향한 힘겨운 사투를 보여준다는 <히나구치 요리코의 최악의 낙하와 자포자기 캐논볼>은 긴 제목만큼이나 그녀들의 기구한 사연도 무참할 정도다.
"빌어먹을... 살아야겠어..."
저자 오승호(고 가쓰히로)가 2018년에 발표한 작품인데 '멍투성이 청춘 성장 미스터리 소설'이란 표어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이 책은 표지만 보면 '하면된다'는 의지로 그녀들의 상큼한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머리에 스팀이 올라오고 얼굴이 울그락붉그락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보이지는 않는 사회의 부조리함이 인권을 유린하며 인간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잃게 만들어 자신을 내려놓게 한 이 책은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통해 부도덕한 인간들이 존재와 사악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히나구치 요리코의 어린시절... 뜰에 있던 소녀에게 말을 건넨 남자는 '도라 아저씨'였다. 공주님이 예쁘니까 인형을 줄테니 같이가자는 말에 쓰루가 더 예쁘고 카푸리코 딸기맛 과자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쓰루는 옥상에서 내팽개쳐졌다. 최악의 낙하가 바로 이 사건이고 그렇게 요리코의 가족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손을 내민건 이로카와 백부님... 그 분의 말씀은 진리고 그의 말을 거역하면 못쓰게 되어버린다며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요리코는 따뜻한 밥과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백부님이 요구하는대로 노예가 되어야 했다.
[총기 난사로 3명 사망, 2명 중경상 !!]
엽총 난사사건이 벌어진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우라베는 그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어느날 가해자의 여동생인 우라베 아오이가 중경상을 입었던 피해자 요리코를 찾아왔다. 자신의 가족이 저리른 악행에 한 밑천 벌어보려는 목적으로 책을 쓰고 싶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가지고... 그렇게 아오이는 글을 쓰기위해 요리코와 함께 과거의 행적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인간의 가장 나약한 면을 인정이라는 가면을 쓰고 세뇌시킨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난게 우리나라에서도 염전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에 대한 사건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렸던 그녀가 내뱉었던 한 마디로 살인자가 되어야 했던 가족, 이 모든게 다 그녀때문이라고 손가락질했기에 그녀는 하라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따스한 밥과 편안한 잠자리만 있으면 되었다. 성 노예가 되어도 매를 맞아도 요리코에게 주어진 권리는 아무것도 없었으며 모든 것이 자신때문이기에 감정을 가져선 안되는거였다. 부조리함의 민낯을 어디가 바닥인지 모를정도의 현장을 보여준 이 책... 미스터리한 사건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부조리한 인간의 면모를 직시해서 봐야할 것이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얘기해 주는 이가 하나도 없었던 그녀들의 마지막... 부디 웃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