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마와라시
온다 리쿠 지음, 강영혜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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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보면 기억이란 존재는 완전히 믿을만한 존재는 아니지만 소중한 추억을 위해 아름답게 미화되거나 흐릿해져 쇠퇴해져 가기도 한다. 무엇이 되었던 기억은 자신만의 습작으로 남겨진 어느날일 뿐이다. 봄맞이라고 대청소를 한답시고 집안 여기저기를 뒤집어 놓고 이 물건은 이런 이유에서 버릴 수 없고 저 물건은 저런 이유로 버릴 수 없어 다시 제자리를 찾기도 한다. 하나뿐인 누군가와 추억할 수 있는 단 한가지라며 이런저런 핑계로 다시 쌓이지만 역시나 다음 해가 되면 또 이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스키마와라시>는 이렇게 누군가의 기억 속에 깃든 물건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향수를 보여준다. 엉뚱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를 전해 주는 내내 조금도 서두르지않고 아주 천천히 과거를 추억할 수 있도록 느린 시간을 선물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면 지루할 수 있겠지만 책 속의 인물과 읽는 독자의 발걸음을 같이 하며 과거의 추억속에 머물게 해주기 때문에 마치 인생의 쉼표를 주었던 것 같다.

노스탤지어의 마법사, 몽환적 언어로 부드럽게 전해주는 온다 리쿠의 향수는 우리에게 무엇을 전해줄지 무척 궁금하다.

 

 

이 책의 화자의 이름은 산타다. 이름을 듣고 떠오르는 그분이 아니라 일본어 뜻으로는 셋째아들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셋째가 아니다. 이 말을 처음부터 하는 이유는 나중에 그가 말하는 셋째의 기원이 어디부터 시작되었는지 추억속에 깃든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아무튼 산타는 요리사였지만 현재 고향으로 돌아와 가업을 이어 골동품가게를 하는 형 다로를 도와 일하고 있다.

 

아무튼 산타에게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오래된 물건에 손을 대면 물건 속에 남아있는 사념을 읽어내어 머릿속에 환상처럼 그려낸다. 어느날 찻집을 찾았다가 테이블 표면의 타일을 시작으로 부모님의 흔적을 만나게 된 산타는 형 다로와 함께 낡고 오래된 것들을 수집하게 된다. 문제는 흔적을 찾다 발견한 여자아이였다. 긴 머리를 세 가닥으로 땋았고 밀집모자를 쓰고 있었으며 채집통을 들고 있었다는데 그 여자아이를 본 사람들의 말이 모두 같았다는 점이다. 특히 철거가 한창인 건물에서 발견되었고 무언가를 찾아 모은다는 것인데, 과연 그 아이는 무엇을 찾는것일까?

그 비밀은 산타와 다로 형제와 발맞추어 추억하며 찾길 바란다.

 

우리는 과거를 지울 순 없지만 마음껏 추억할 수 있다. 이들이 전해주는 이야기엔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잠시 숨돌릴 틈을 주는 쉼표가 있다. 시간이 아무리 오래지났어도 남겨진 것들이 있고 변하지 않는 것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니 그리 바삐 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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