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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시간 ㅣ 스토리콜렉터 94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북로드 / 2021년 7월
평점 :
인간이 살아가는 길고도 짧은 시간... 어쩌면 덧없고 무의미한 찰나의 시간일 수도 있겠다. <폭풍의 시간>은 제목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가 성장하면서 겪어내는 여러가지 어려운 시련을 보여주는 듯 했다. 표지에 그려진 여성의 허우적거림 속에 앙다문 입은 어떤 어려운 일이 있더라고 헤쳐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처럼 보였다. 어려웠던 어린시절을 생각해보니 불우한 가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성인이 되면 더나은 미래가 펼쳐질거라는 희망을 붙잡고 매일 열심을 다했던 내 모습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하지만 현실은 무척이나 냉혹했고 불합리했으며 거침없는 차별로 무너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희망을 놓지 못했던 이유는 썩은 동아줄이라도 움켜잡고 버티면 끊어진 줄보다 낫지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나 자신이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과거의 시간이 다시 재생된다면 결코 겪고 싶지 않은 시간이긴하다.
책 속에는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낸 소녀가 능력있는 의사를 만나 거창한 결혼식과 더불어 여유를 누리며 사는 듯 했으나, 웨딩드레스를 입는 순간 알 수 없는 강박관념에 빠져 도망치고 만다. 21살의 그녀는 어린 나이였지만 그녀가 겪었던 과거의 일들이 그렇게 발목을 잡고 놔주질 않았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친족 살인 사건... 그리고 숨 돌릴만 하면 뻗어온 어둠의 손길... 그렇게 버텼지만 거부할수록 위태로웠던 성폭행... 그녀는 다시 일어서려고 할때마다 타인으로 인해 망가지고 말았다.
그런 그녀에게도 뛰어난 능력이 있었으니, 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였다. 기쁜 일이 있어도 마냥 기뻐할 수 없었던 이유가 사랑이었지만 다시는 사랑에 무릎 꿇지 않기 위한 그녀의 진실한 행동은 우리의 가슴을 무한적으로 흔들리게 만든다.
힘들다고 숨기고 피하려 했던 그녀가 아니었다. 자신의 잘못을 책임지고 전면에 나섰던 그녀의 용기는 심금을 울릴정도로 감동적이었지만, 그녀를 사랑하는 이들이 보기엔 무모한 여린 소녀의 반란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중요한건 인간은 거짓된 모습보다 진실된 모습을 보였을 때, 진정한 내 편이 누구인지 확실히 보여주었다. 그녀의 성장통은 너무나 아팠지만 앞으로 그녀가 나아갈 길은 꽃잎이 가득 뿌려진 희망의 길을 기대해 본다. 절망과 감동이 공존했던 <폭풍의 시간>... 마치 진실한 사랑은 무엇으로도 흐려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