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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생거 수도원 ㅣ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최인자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평점 :
제인 오스틴 작품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는 <노생거 수도원>은 '수전'이란 제목으로 기구한 운명을 지녔던 작품이라고 한다. 첫 소설이였지만 출간되지 못했고 그녀가 사망한 이후 '노생거 수도원'으로 재탄생되었다. 비록 짧은 생이였지만 그녀의 작품은 여전히 극찬을 받고 있고 '제인주의자'라는 독자들이 생겨날만큼 사랑을 받고 있다.
어쩌면 독자들은 고전도서를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것이다. 읽고나서도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어떤 중요한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게 디스토피아적 성향을 띄고 있지만,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고전문학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무척 읽어내기가 쉽다. 혹자는 너무 구시대적 이야기고 문체도 촌스럽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녀의 일대기를 옅보자면 그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180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노생거 수도원>은 그 시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당시의 종교와 문화, 가부장적인 생활에 여성은 사회적 물정을 전혀 모르고 남성의 결정에 의해 조성되는 경제적 성향도 그대로 보여준다. 책 속에서 그린 수도원의 모습이 그러하고 장미전쟁을 연상케 하는 대화와 무도회에서 나누는 여성들의 대화가 그러하다. 그런 시대에 글을 쓰는 작가와 아주 가까이 있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써내려 갔으니 오히려 처음 고전을 맛보는 독자에게는 무척 구미가 당길것이다. 마찬가지로 책 속의 여주인공도 초보 독자로 책에서 배운 내용을 얼마나 잘 써먹는지 눈여겨보면 여주인공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책 속에서 주인공의 역할을 논하자면 무척 난감할 수 있는데, '노생거 수도원'에서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여주인공에 대해 평가를 한다. 목사 아버지에 튼실한 어머니 슬하에서 열명의 자녀중 하나로 태어났지만 인물이 특출하지 않아 훌륭한 가문이라고 할 수 없는데다, 여주인공 캐서린은 열 일곱살이 되도록 남자 한명 만난적이 없는 너무나 평범한 여인이라고 소개한다. 여기까지만 봐도 시대적인 배경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래도 여주인공이니까 추후에 남자주인공도 있을거라며 선심 베푸듯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녀가 살고 있는 월트셔 지방에서 가장 재산이 많은 앨런부인은 남편의 통풍치료를 위해 바스로 향하면서 사교계수업의 일환으로 캐서린에게 함께 동행하자고 제안했고 그녀의 부모도 흔쾌히 허락한다. 그렇게 바스에서 보내는 6주간의 일정은 그녀에게 삶의 공부와 관계맺음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 주는데 독자들이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대로 쓰여진 글의 형태가 다채롭고 아름답게 펼쳐진다. 무도회에서 만난 인연은 그녀에게 충분한 인생공부가 되었고 진정한 사랑에 관한 이중성과 그와 반대되는 절실한 믿음은 커다란 전환점을 가져다 주기도 하였다.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기 위한 조건이 부와 명예, 외모와 지식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무도회에서 만나는 귀족부인들의 대화 속에 그녀들이 입은 옷의 재질이나 신상 모자 등은 여전히 과거나 현재나 진화되지 못한 이들의 본 모습을 보여준다. 조건으로 인해 자신이 믿고 있었던 가치관이 무시되고 원하는 것을 소유하기 위해 이중 인격을 보였던 이들의 본 모습에 혀를 차게 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진정한 사랑은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것이 아니라 존중을 저버리지 않는 현명한 조언을 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진정 내 편이 아닐까한다.
"생기발랄하고 호기심많은 여주인공은 결국 멋진 왕국에 사는 남자주인공을 만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스토리 역시 진부하다는 생각이었는지 제인 오스틴은 마지막까지 이런 주인공들의 뻔한 해피엔딩이 아닌 이 책을 읽는 독자들처럼 그들도 그렇게 살아 갈 것이라고 마무리한다.
그래서 2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독자와 같이 동행하고 있는 고전이란 소리를 듣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