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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
로라 대소 월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돌베개 / 2020년 9월
평점 :
소로는 우리의 삶이 변하기를 바라는 사람,
적어도 우리에게 생활의 조건을 직면하게 하는 사람,
또는 삶의 조건을 바꾸지 않으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지르게 되는지 일깨워 주는 사람이다.
한 주 가까이 이 책과 함께 하면서 현실에 대한 자각이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자연주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평전은 그야말로 넘치는 삶의 여유를 느끼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삶의 조건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선사한다. 그 무엇으로도 이 값진 시간을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할 지, 그 크기를 감히 가늠하기 어렵기만 했다.
'고전 한 책 깊이 읽기'를 보고 소로를 알게 되었고 책속에서 극찬한 '월든'을 만났지만 현실과 타협한 인간이었기에 어렵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월든은 고작 2년의 짧은 시간이란 소개글에 그의 일대기를 보며 다시 자연으로의 삶을 옅보게 되었고 '헨리 데이비드 소로' 한권으로 보기엔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로 무척 뜻깊은 시간이었다.
은둔자지만 철저하게 대립을 해왔던 소로는 자연을 대변하고 사회정의를 대변했다. 그의 독립적 사고와 뛰어난 통찰력은 자연과 사회는 나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라는 사실을 알렸고 현대에 '월든'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남겼다.
조용한 성품을 가진 아버지 존 소로, 그리고 남편보다 머리 하나가 더 컷지만 만능 이야기꾼이었다는 어머니 신시아의 슬하에서 목가적 유년을 보내며 자연을 이야기 하고 사회정의를 외치며 작가의 꿈을 펼쳐나갔다. 산업혁명 시기에 연필사업으로 성공을 이룬 집안은 콩코드의 광활한 세계에 부족함이 없는 듯 했지만 그곳에서 얻을 수 없는 단 한가지, 학위때문에 콩코드를 잠시 떠나게 되었다. 어쨌든 간신히 입학한 하버드에서 간신히 버텨낸 소로는 콩코드의 향수가 무척 그리웠다. 이것이 소로의 학창시절의 이야기다.
그리고 전쟁의 패잔병처럼 쓰라린 실패를 경험한 소로는 작가로서의 삶을 놓지 않았고 노예제 폐지를 위한 운동을 멈추지 않았으며 더 큰 관점을 위해 목말라했다. 그렇게 월든은 피하고 싶은 수많은 질문에 정면으로 대적하기 위해 시작한 글이었다고 한다. 강연을 했으며 글 쓰는 행위를 멈추지 않았지만 극찬과 혹평으로 심리적 갈등을 겪었던 그는 콩코드로 돌아오게 됐고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들어가는 말에서 언급한 인류세에 대해서 얘기하자면 인류세는 지구환경의 운명을 쥐고 있는 최상위 포식자, 바로 인간. 인간이 지구를 점령하면서 좌지우지했던 이 짧은 시간동안 지구의 운명에 대해 논하고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이런 인간의 모순적 행위에 대한 예견을 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이 적을수록 부유한 것이다" 매번 강조했으니까 말이다. 자연 속으로의 삶을 살았던 그의 일생,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일깨워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