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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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100대 영문 소설,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된 '나를 보내지 마'는 인간의 존엄성을 깊이 있는 문체로 그려나갔다.

 

유전자로 존엄성의 가치를 판단했던 영화 '가타카'는 인공적인 유전자를 통한 출생과 자연적인 출생을 나눠 적격자와 부적격자로 나눴는데, '나를 보내지 마'의 원제 '네버 렛 미 고'에서는 생명과학을 다루며 복제된 인간의 삶을 오로지 기증을 위한다는 도구로서의 인간을 그려내며 인간의 윤리적 문제를 거론했다.

 

이렇게 말하면 꽤나 무거운 스토리로 여겨질만 한데, 사실상 내용은 간병인이 된 캐시가 과거를 회상하며 지금까지 보내 온 삶을 무척 담담하게 그려나간다. 친구들과 있었던 일, 사춘기를 접어들며 가졌던 호기심, 그리고 사랑 등은 간결하고 부드러운 문체로 쓰여졌다.

 

 

 

기숙학교 헤일셤... 그곳은 철저히 외부와 차단되어 있었지만 그 누구로부터 보호받는 느낌이었다. 다만, 그들은 인위적으로 생산된 클론으로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된 인간들이였고, 미래에 기증자로서... 아니면 간병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학창시절... 마담에게 뽑힐 작품이라는 명목으로 자신의 성향을 파악 당했지만 그때는 대단한 영광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이들은 황금의 시기를 지나 청소년기에 접어들었을 때, 몸과 인식의 변화를 느끼게 되고 역할수업을 마친 뒤 헤일셤에서 떠나게 된다. 그리고 각자 주어진 역할에 맞춰 삶을 보내게 되는데...

 

캐시는 자신이 맡은 기증자들이 환경에 동요되지 않게 기대치 이상의 성과를 보이는 유능한 간병인이다. 헤일셤에서 함께 보낸 루스를 간병하면서 그들의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은 다른 성장기 소녀와 다를 바 없었다. 기증으로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루스는 연인이자 지금도 기증센터에 있는 토미를 부탁하면서 과거에 얽혀있던 일들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그리고 자신이 존재하는 목적, 장기기증을 위한 존재인 내가 결코 변하지 않음을 인식하면서 쓰라린 아픔과 마주하게 된다.

 

숙명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이 원죄를 냉철하게 따지자면 모든 것이 인간으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어떤 목적으로도 인간의 존엄을 도구삼아 빗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세상에 태어나 소중하지 않았던 존재는 없다. 화가 났던 부분은 헤이셤의 아이들은 삶의 목적 자체가 장기기증이었기에 삶이 끝날때까지 그 행위를 멈추지 않았으며, 마지막을 예감한 그들의 헤어지는 장면은 가슴을 쥐어짜는 슬픔을 안겨주었다. 이런 이야기를 담담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쓰여진 '나를 보내지 마'는 그들의 조용한 안녕에 더 처절한 울음이 숨겨진 듯하여 마음을 아프게 했다. 지구에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악랄함이 어디까지 미칠지 인간윤리에 대한 개념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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