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곱 색의 독 ㅣ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5월
평점 :
음악 미스터리로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드러냈던 나카야마 시치리가 이번엔 일곱 색의 악의를 보여줬다. 반전의 대마왕이라고도 불리지만 어딘지 모르게 독자의 추리를 엮어가며 치밀하게 표현한 심리로 빠져들게 만드는 게 바로 저자의 매력인 듯 싶다.
특히 이번에는 얼굴값 못하는 캐릭터의 형사와 단편마다 가속성이 뛰어난 스토리때문에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과연 '일곱 색의 독'은 어떤 수수께끼 속으로 독자들을 끌고갈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비 오는 늦은 밤, 산기슭에서 흘러내리는 붉은 물은 대참사를 예고한다. 고속버스 운전자가 졸음운전으로 방호책을 들이 받은 사고는 한 명의 사망자와 중경상자가 나왔다. 연신 고개숙여 사과하는 운전자, 그리고 비난의 화살은 운전자가 아닌 가혹한 노동시간을 강요한 버스 회사로 향했다. 하지만 진실은 먼 과거를 향해 있다. 이것이 첫 스토리인 붉은 물이다. 이와 연결된 마지막 단편 보라색 헌화는 악의는 존재하되 자신의 고통을 덜기 위한 자의적인 보상은 옳고그름을 따지기 위한 이성을 흔드는 작품이었다.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의 존재가 친구라는 이름을 들먹이며 이중적인 모습으로 검은 마음을 드러낸 검은 비둘기, 출판계의 어두운 내막을 둘러싼 하얀 원고지, 외로운 인간의 공허함을 이용한 나쁜 사람들에게 더한 역습을 보여준 푸른 물고기, 그리고 선한 사람에게도 살의가 존재하며 죄의 크기를 감히 평할 수 없는 녹색 정원의 주인은 고령화 사회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해 마음이 무겁기까지 했다.
역시 반전의 제왕답다고 할 수밖에 없다. 깊이 뿌리박혀 있는 인간의 악의를 이중적인 모습으로 드러내는데 입이 다물어지질 않았다. 절대 가벼운 미스터리 추리가 아니라 겉으론 웃지만 속은 무자기하게 썩어있는 인간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부드러운 미소 속에 섬뜩함을, 죄책감을 털어내기 위한 보은을, 그리고 독자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