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날의 거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271
레오 페루츠 지음, 신동화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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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무척 예사스럽지 않다. 우리가 흔히 거장이라 하면 문화계나 예술계에 속해 있는 최고의 인물들을 일컫는데 심판의 날이라니... 그들이 심판할 이들이 누구이고 무엇때문에 심판대에 올리려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오래된 파이프에서 품어져 나오는 연기가 공기중에 흩어져 사라지지 않고 형체로 남아 존재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독일어권 문학의 거장이라 불려지며 환상을 끌어들여 역사를 재해석한다는 저자의 작품을 독자로서 어떻게 해석할지 나조차도 궁금해졌다.

 

 

 

1909년 가을... 음습한 모험과도 같았던 추적, 비극의 사건은 기이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그렇게 남긴 기록은 모두 진실이다. 실체가 없는 적의 흔적을 쫓은 5일간의 여정의 결말은 육신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형체없는 망령이었다. 섀그 파이프를 들고 책을 읽던 저자의 이야기는 이렇다.

 

한 저택에 모여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이들... 연주를 마치고 담소를 나누던 중, 얼마전 알게된 해군 장교의 의문의 죽음에 대한 말을 던진 궁정배우 오이겐 비쇼프의 자살. 당시 울린 두 발의 총성으로 요슈 남작이 의심을 받게 되는데 이유는 과거 비쇼프의 아내 디나와 연인 사이였고 배신당한 사랑의 아픔이 지금도 보였고 그가 죽기 직전까지 요슈를 향한 증오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기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목격한 엔지니어는 그가 범인이 아니라 반박했고 그렇게 궁지에 빠진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위해 사건의 흔적을 찾는다. 그리고 또 다시 발생한 의문의 자살 사건은 알 수없는 공포의 존재와 연결되어 있었다.

 

사실 책을 읽어가면서 중간에 언급했던 이중인격에 대한 부분이 있었다. 자신이 알지 못했던 내면의 어둠과 마주하는 공포를 이기지 못한 연약한 인간, 아무리 이성을 가진 인간이라도 씻을 수 없는 상처, 현실에 대한 불안, 충격과 악몽, 죄의식과 공포 등으로 이성이 흔들리는 시기가 있다. 이를 극복해 내느냐 그렇지 못 하느냐에 따라 삶의 의지가 무너지기도 하는데 '심판의 날의 거장'은 인간에게 가장 취약한 부분을 건드려 두려움을 드러낸 무서운 작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무척 기이한 방법으로 자신을 마주하게 했던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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