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맞지 않는 아르테 미스터리 18
구로사와 이즈미 지음, 현숙형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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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맞지 않는'이란 제목을 보고 어떤 내용을 품고 있을지 무척 궁금했다. 요즘 티비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면 인간으로서 어떻게 저렇게까지 잔인할 수가 있는지 비방과 욕설이 가득한 댓글을 보면 사람답지 못하다거나 짐승만도 못하다는 표현으로 뜨겁게 게시판을 달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것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불필요한 존재의 인간을 얘기하는데, 프란츠카프카의 변신이 생각나게 하는 내용이였다. 변신에서도 하루 아침에 벌레가 되어 사회적 위치에서 배제를 받고 결국 가족에게도 외면을 당해 인간으로서의 존엄의 척도가 마치 정해져 있지만, 정도에 미치지 못하면 배척당하는 문제를 직시했는데 '인간에 맞지 않는'에서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의 심리를 꽤나 깊이 파고 들었다.

가정주부 미하루는 결혼 6년차에 아들 유이치를 낳았는데 사랑으로 키웠지만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자신의 방에서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당시 상황은 '이형성 변이 증후군'이란 치료법이 없는 병이 유행했다. 감염병은 아니지만 특정 연령층, 20~30대의 청년층에 집중되어 발병했고 사회활동을 하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나 니트족들에게만 걸린다는 점. 그래서 정책적으로는 그 병을 치사성 질환으로 정해 변이가 되면 사망으로 인정하였다. 한마디로 물리적 죽음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죽음.

결국 유이치는 괴물같은 벌레로 변해버렸다.

남편 이사모는 사망신고를 하고, 이제 사람이 아니니까 합법적으로 버려도 된다는 주장을 했고 미하루는 기이하게 변했어도 자신의 아이임이 분명하므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돌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모는 아이를 낳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먹이고 가르치고 인도해 줬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는 그 평범함이 무엇보다도 힘들어 이런 상황이 되었다면 부모가, 사회가, 더 나아가서 국가가 이들에게 어떻하면 인간에 맞는 존재로 도움을 주어야 하는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성장하면서 자신에게 가격표가 붙어 있는 느낌이었다는 말에 아이가 있는 독자로서 무척 큰 돌덩이로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다. 어느 곳보다 편안해야 할 집에 자신의 자리가 없다거나 필요하지 않은 존재로 비교당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자신이 얼마나 형편없음을 확인시키며, 다 너를 위한 말이라며 쉼없이 되새기는 부모의 언어들이 예리한 칼날이 되었다는 고백에 숙연함도 들었다. 평범하게 사는 것이 이렇게나 힘든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란 멋진 말이 있기에 작의 희망은 절대 꺼지지 않을거라는 소망을 가져 본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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