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 오브 걸스 - 강렬하고 관능적인, 결국엔 거대한 사랑 이야기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아리(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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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고 소녀일 수는 없다. 키가 커지고 마음이 커지는 시기가 오면 당당히 세상에 맞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가 불쑥 솟을 때도 있고 말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갓난 아기였다가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의 나이가 되었을 즈음엔 모든 걸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에 따른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은 조금 더 늦게 알게 되고 이미 일을 그르쳤을 땐 때를 놓쳐버리기도 한다. '시티 오브 걸스', 소녀들의 도시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자유분방함은 과연 그동안 꿈 꾸었던 소원의 실현인지 어지럽고 복잡한 도시에서의 험난한 여정일지, 어떤 상황이라도 슬기롭게 이겨나가기를 고대하며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시티 오브 걸스'는 주인공 비비안의 편지문으로 자신의 인생을 그려냈다. 딸 자식 문제에 대해 고민할 여력이 없었던 아빠, 비비안은 모든 과목을 낙제했지만 전통있는 바사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던 엄마, 그리고 아홉살때부터 동생을 유령취급했던 프린스턴의 모범생 오빠 월터, 그 속에서 비비안은 이방이이였다. 어쨌든 그렇게 얼간이 시절을 보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기 어려웠는지 부모님 뉴욕에서 극단 운영을 하는 페그 고모에게로 보내졌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곁에서 배운 재봉틀 기술로 비비안은 자신의 역할을 돈독히 하는 듯 했다. 페그의 릴리 플레이하우스는 시들어가는 듯 했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활기찬 표정과 자신만만함은 비비안에게 신세계와 같았다. 시대적으로 전쟁이 눈 앞에 다가왔고 그 시기 뉴욕의 거리는 정렬적이지만 피폐했고 문란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모두를 절망에 빠트리는 크나 큰 사고를 친 비비안, 그녀의 인생이 여기서 무너질 것이지, 아니면 다시 일어서 어두운 삶에서 빛을 찾을 수 있을지 끊임없이 그녀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

소설 속 비비안이 여신으로 여겼던 쇼걸 셀리아, 인생의 멘토 에드나, 첫사랑이였던 안소니, 모두의 정신적 지주 올리브 등의 개성있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에 흠뻑 빠지게 된다. 밤의 열기를 찾는 젊은이들을 보면 그것도 한때라며 혀를 차는 어른들을 본다. 어른이 되어가는 일종의 마지막 반항기라고도 일컫는데, 이 책은 가장 격정적인 성장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소설인 듯 싶었다. 인생의 최고점에 다다랐을 때 한순간의 잘못으로 바닥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거침없는 타락과 외설적인 문장들, 실패한 사람에게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모욕적 언사, 이 모든 것의 끝은 결국 삶이고 사랑이였다는 말에 잔잔하게 밀려오는 따뜻함은 어색하지만 반가웠다. 어쨌든 삶은 지속되니까 말이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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