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끄는 건 나야
조야 피르자드 지음, 김현수 옮김 / 로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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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이 느끼는 공허함은 아마도 같은 날 같은 시간, 매 순간이 별다를 바 없이 그날이 그날 같기때문일거다. 잘 보내다가도 일년에 한 두번은 크게 앓기도 하는데, 먹어도 소화가 안되고 하는 일이 다 무기력하기도 한 지금 몸이 아우성 치는 듯 했다. 헌신적인 삶을 살아가는 그녀가 느꼈던 공허함을 공감하며 만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될 듯 했다. 아마도 그녀의 이야기가 지금 나의 이야기와 같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 책에서는 인물들의 특징이 확연히 드러나 있다. 무뚝뚝하면서 가부장적인 남편 아르투시, 장난스럽지만 시크하지고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아들 아르멘, 똑같은 옷을 좋아하고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친구는 둘도없으며 똑같은 점수를 받아오는 쌍둥이 아르미네와 아르시네, 그런 이들의 중심에서 흔들리지 않고 아이들을 정성껏 돌보며 현모양처의 역할도 든든히 해내고 있는 주인공 클래리스는 어느날 이사온 사람들로 인해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오는 친정엄마와 동생은 그녀를 정신적으로 피곤하게 만들었고 일이 생길때마다 클래리스의 집에서 대거 저녁을 해결하며 손 하나 까딱안하는 손님들의 뒤치닥거리는 그녀를 번아웃에 빠지게 한다. 왜 모든 결정은 타인으로 인해 결정되는지, 자신의 의사는 묻지도 않은 채 이미 결정지어진대로 움직여져야 하는 타의적 삶의 회의를 느끼게 된다. 남편의 비서인 누놀라히의 '여성과 자유'에 관한 강연과 그녀가 가진 능력,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으며 하는 일에다 사회운동까지 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과 비교 대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그리고 자신과 말이 잘 통한다며 소소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던 이웃집 남자에게 느꼈던 복잡한 감정들을 어떻게 다잡을지 읽는내내 마음을 다독이게 하는 소설이였다.

스토리의 반 정도는 무엇을 어떻게 차려야하는지 고민하는 저녁식사 시간이다. 아니, 아마도 간식도 포함되어 있다. 아침에 부지런히 아이들을 스쿨버스에 태워보내고 남편의 출근길을 배웅하며 쌓여져있는 설거지를 끝내면 자신만의 시간이 주어진다? 하지만 주인공에게는 정말이지 자신만의 시간이 전혀 주어지지 않고 끊임없이 사람에 치이는 하루를 보낸다. 타인을 배려하기 위해 편하게 대해주면 타인은 그것을 배려라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시간이 지나도 인간관계에는 어느정도 거리감이 있어야 하는데 주인공은 너무나도 자신의 시간을 타인에게 나눴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아이엄마들은 모두가 공감하지 않을까? 지금처럼 집에서 아이들과 오랜시간을 보내는 엄마란 이름을 가진 이들은 진정한 나로서의 내가 사라지기 전에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다. 책 속의 그녀도, 나 자신도 소중하니까 말이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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