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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https://blog.naver.com/hestia0829/222162811152

길에서 흔히 만나는 꽃이였다. 바로 블랙 아이드 수잔... 흐트러지게 핀 꽃 위에 흰 드레스를 입은 사람이 누워있다. 아마도 사람이기보다 여린 소녀같이 보이고 신발도 벗겨진채, 어떤 사건에 얽매였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소담출판사의 도서를 즐겨 읽기도 하지만 여성작가 스릴러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처음으로 출간한 작품이라는 소개에 여성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섬세한 무언가가 들어있을 거 같아 기대를 품게 되었다.
카트라이트 집의 소녀라고 불리는 주인공 테사는 과거 테시로 그려지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기록된다. 시체안치소에서 일하던 테시의 할아버지는 황당무계하면서도 괴상한 집을 지었는데 사람들은 그 집을 '저주받은 집'이라고 불렀다. 사건이 있기 전엔 '그림동화 속의 성'이라 불렀었는데 말이다. 당시 열여섯살이였던 테시는 목 졸린 여대생과 한무더기의 사람의 뼈들과 함께 젠키스네 근처에 버려졌다. 산 채로 묻혔던 테시는 죽은 네명의 소녀 중 유일하게 생존한 한명으로 블랙 아이드 수잔으로 불렸다. 이유는 그녀가 발견된 근처에 블랙 아이드 수잔이 가득 깔려 있었기 때문이였는데 성인이 되도록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수잔들의 목소리와 공존하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테사는 그 시절 증인석에서 무고한 사람을 사형수로 만들었다는 죄책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그의 무고를 밝히고자 했지만 여전히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괴물때문에 긴장의 시간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상처를 가지고 있던 테사에게도 결혼한 적 없는 아이의 아빠 루카스가 있었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야할 자신의 딸 찰리가 있었다. 수잔들의 유골발굴을 담당했던 조애나, 사건을 조사하다 갑작스레 심장마비로 사망했던 앤젤라, 사망선고를 받고 감옥에 수감중인 굿윌의 무죄를 주장한 테렐과 변호사 빌 등의 등장인물들은 서슴없이 파고드는 연결고리의 집요함을 보여주며 인간적인 감성의 표현으로 역시나 여성작가의 문체를 드러내보였다. 연쇄살인범의 실체와 테사의 각인된 기억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트리며 독자를 흔들어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