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트
아네 카트리네 보만 지음, 이세진 옮김 / 그러나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https://hestia0829.blog.me/222103855710

 

 

은퇴를 앞둔 정신과 의사는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은퇴할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새로이 만난 아가트라는 마지막 환자와 오랜기간 함께 자리를 지켜왔던 쉬리그 부인의 변화는 그의 내면을 조금씩 흔들어 놓았다. 사실 나이가 먹고 탄탄히 보장된 노후라면 책에 그려진 새처럼 훨훨 날아가 세상 편한 여유를 만끽할 수 있을거라 생각할텐데 현실은 힘없고 나약해진 자신을 발견했을 거라는 생각에 뭉클한 감정이 먼저 다가왔다. 희망을 바라진 않겠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 없는 공허함을 채우는 작은 힘을 만나게 되리라는 믿음에 이 책을 만나게 됐다.

처음 대면했을 때 마주잡았던 손은 무척이나 차가웠다. 기다란 막대기처럼 빼빼 마른 몸에 초점없는 눈빛을 가진 아가트는 은퇴 5개월을 남겨둔 그에게 꼭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다.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 진료를 시작하겠다 마음먹은 그녀는 이미 다시 살아보려는 의지가 전혀 없었고 그저 사람이기때문에 사람구실이라도 하며 살고 싶다고 말할 뿐이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그녀의 말은 그의 내면을 다시 들여다보게 했는데, 자신이 아주 특별한 사람이라 여겼고 무언가가 되리라 희망했었지만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허무만 남은 자신을 보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자신을 나무랐다. 은퇴전에 남은 진료횟수를 세어가며 이 시간이 빨리 정리되길 원했던 그는 영혼없는 허밍을 남겼고 아가트의 뜬금없는 질문에 자신이 아닌 자신과 연결된 다른 이의 삶을 둘러보게 되는데 존재의 이유와 진정한 삶에 대한 의지를 하나씩 찾게 된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나 열심히 살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누군가의 가슴에 새겨질 추억과 나 자신의 욕망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잘 살아왔고 잘 떠난다고 말이다. 인생의 마지막에 허무를 남기는 것이 아니라 나로 인해 미소짓게 하는 기억과 내면의 만족으로 인해 외롭지 않게 생을 지내는 것, 그게 무어라고 힘들게 떠들어 대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위를 더 돌아보고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짧지만 진하게 새겨진 이 책은 외로운 이들에게 혼자서만 외롭지 않게 해주는 친구가 될 듯 하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