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 심은영 장편소설
심은영 지음 / 창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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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교직에 있었다는 저자가 말하는 학교. 이 책은 저자가 겪었던 학교내의 사건을 일기처럼 적었다고 한다. 책을 접하면 가장 먼저 읽는 부분이 인사말이나 저자의 말을 보는데 솔직히 한 페이지밖에 안되는 글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가장 끔찍했다던 한 해, 교사인 저자가 인간의 본성을 논하고 너덜해진 육체와 악에 받쳐 소멸되기 직전에 유언장처럼 썼다는 저자의 고백은 달팽이가 출간되기까지 얼마나 힘든 고뇌의 시간이였을지 두렵기까지 했다. 게다가 성장하는 아이들이 있어 왠지 모르게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심정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계의 추악한 치부를 보여준다니 읽고 싶은 이중적 마음이 들었다.

책의 표지에서 말하는 무서운 학교. 가족의 붕괴와 불합리한 교육계 권력자의 만행, 무너진 교권과 형평성에 어긋나는 공개된 차별, 썩어빠진 권력으로 제멋대로 휘두르는 더러움은 차마 입에 담기가 무섭다.

법무부 검찰국장 서용걸은 홀로 세남매를 양육하며 사회의 모범이 되는 아버지상이였다. 하지만 이 사실은 외적인 모습뿐이였고 그의 실체는 무관심과 잔인한 폭력을 일삼고 더 나아가 자신의 딸에게 손을 뻗는 파렴치한이였다. 가족의 붕괴는 막내 지민이의 죽음부터였다. 여섯살 나이에 성폭행으로 열 번의 수술을 견뎌야 했지만 결국 배변주머니를 달고 살아야 했고 그 충격으로 동생 연우는 말을 잊었으며 모든 진상을 알게된 연호는 아버지를 죽이고 도피생활을 시작한다. 어쨌든 성장한 연우는 좋은 교사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옳은 교사는 되고 싶다는 꿈으로 남은 인생은 막내 지민이를 위해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어했다. 하지만 지민은 그때 이후로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선천적 무통각증을 앓게 되었고 결국 19살에 수술 중 사망하고 만다. 사실 교장의 심한 히스테릭으로 지민이의 마지막을 보지 못한 연우였고 불합리한 수업배분의 행태에도 묵묵히 따랐던 그녀는 사건마다 연결되는 자신과 행방불명된 연호의 지문이 발견되면서 하나씩 하나씩 진실이 드러나게 되는데 꽤나 충격적이다.

읽는내내 설마...란 단어를 계속 읊조렸다. 이것이 학교의 추악한 실체라니... 믿고 싶지 않는 마음에 계속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무슨 권력가의 아들, 자산가의 딸 등이 학교에서 행하는 이중적 인격과 삐뚤어져 흔들리는 청소년을 바라보는 문제적 시선을 날카롭게 파헤친 이 소설은 허구라고 믿고 싶다. 어른들이 보는 세상과 아이들이 보는 세상은 같은데 어떻게 색을 덧대고 또 덧대어 투명한 색을 바래게 만드는지...

아마도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알 수 없어 복잡하기만 한 독자는 한참의 휴식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판단하고 소리를 내어 말할수 있는 용기를 낼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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