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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평점 :
http://hestia0829.blog.me/221524203997

이성이 흔들리는 사투에 진이 빠지도록 읽었다. 악마의 영혼이 서서히 잠식해 오고 조금씩 갉아먹는 젊음의 시간을 숨죽이며 바라볼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상황을 영상으로 보듯 너무나 생생해서 무섭기도 했다. 그리고 섬뜩한 소재로 현실의 문제와 연결시켜 나가는 이 소설은 무척이나 꼼꼼하고도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어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하는 매력적이고 유혹에 빠질만한 소재도 가지고 있어 흥분되기도 했다. 흔들리는 순간 고개를 강하게 저어 다시 제정신을 차리고 보면 또 다른 욕망이 등장하고 서로 헐뜯고 잡아먹길 반복하며 점차 괴물이 되어간다.
자신의 삶은 어찌되었던간에 차곡차곡 부를 축적한 노년 세대가 젊은 세대를 금전으로 거래를 한다. 거액의 돈을 투자하여 젊은이가 내 것이 되는 순간 노인은 그들의 삶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디자인하며 설계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젊은 시절의 꿈을 투자한 돈으로 조종하는 노인을 파우스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은밀하게 조종당하는 자는 파우스터라 호칭한다. 파우스터가 느끼는 감정과 쾌락 그대로 파우스트도 공유를 하고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자신의 의지를 주입하여 흔들림없는 길을 선택하는 이 무서운 스토리는 욕망의 끝에 괴물이란 존재를 만든다.
이 책은 현재 사회의 문제점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의 부는 날로 증가하고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은 삶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높은 위치의 지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젊은 세대에게 기회를 통해 일어날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지시를 함으로써 판단할 겨를없이 시키는 일에만 충실할 것을 바라고 있다. 돈으로 젊음을 사고 자신의 놀잇감처럼 움직이다니 너무나도 무섭지만 반전에 반전은 기가막히게 스릴 넘치고 오소소 소름돋게 만들어 책을 덮는 순간에도 여운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