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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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신문을 펼치는 예전의 아빠들처럼 아침을 얻어먹지 못하는 직장인들에게 익숙한 장면이 표지에 들어있다. 부스스한 얼굴로 이불 밖을 나와 버릇처럼 시리얼에 우유를 붓고 책의 어느 한 페이지를 열어 정신없이 읽어나가고 파자마에 흰 면티를 입고 우유가 넘치든말든 상관없이 내 할 일을 하는 표지의 모습에 왠지 작가의 아침을 연상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선긋기를 못하는 나는 포스트잇을 채우고 감동이 있었던 문구에 표식을 남기며 혹시모를 다음 기회를 옅보며 체크해 나가는 발췌는 내가 이 책을 읽었고 '이 부분이 정말 좋았으니 너도 한번 내가 체크했던 부분을 다시한번 정독해봐'라고 하듯 작가의 발췌문구는 역시 어딘지 모를 가슴의 문을 두드리듯 했다.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에서 주옥같았던 말을 죄다 긁어오듯 찡하게 만들었던 글귀가 조금전이였던듯 한데 책 속의 한 단락을 끌어 온 이 책은 잔잔한 호숫가에 파장을 남기듯 했다.

삶을 보낸다고 해야하나... 삶을 지탱하고 있다고 해야하나... 삶을 버텨내고 있다고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불끈 솟는 에너지는 작가만이 골라내는 언어의 힘이 깃든거 같다고 해야겠다. 말이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무기와도 같은 언어를 쥐어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말에 치우치고 권력에 억눌리는 삶이 아니라 글로 전해주는 언어의 힘을 그대로 전달하는 보석과도 같은 말에 우리는 알게모르게 힘을 받고 있다.

혼자일땐 책을 읽어야 한다. 혼자는 외로운 것이 아니고 자신을 돌보는 기회일 수 있음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선물하고 있다. 내 스스로가 자신을 지키고 있음을 잊지말고 힘내어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는 마음을 내어주듯 모든 독자에게도 같은 마음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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