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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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그리고 ‘이 이야기가 네 생명을 구할 거야‘라는 소제목으로 시작되는 소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은 스모그가 가득한 인도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어느날부터 사라지기 시작한 아이들과 이들을 찾기 위해 탐정이 되어 빈민가 여기저기를 탐문 수색하는 아홉 살 소년 자이가 가장 친한 친구인 파리와 파이즈를 조사원으로 고용해 탐정단을 꾸려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예쁜 이름의 보라선 열차, 그리고 그 열차의 종착역인 빈민가, 빈민가와 쓰레기장을 경계로 부자들이 사는 화려한 도시가 있습니다. 자이의 엄마는 부자 동네로 가사일과 아이들을 돌보는 일을 하기 위해 출근을 하고 자이의 아버지는 공사장에서 일을 합니다. 자이의 누나 루누는 육상 선수로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이들이 사는 곳의 모습은 금방 허물어질 것만 같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다녀도 선생님들께 존중 받지 못하고, 가정에서도 부모에게 심한 매질을 당하거나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겨집니다. 비록 안 그런 집들도 있지만.

제일 먼저 사라진 아이는 주정뱅이 라루의 맏이인 말더듬이 바하두르 입니다. 자이와 동갑으로 같은 반 친구인데 바하두르가 사라진 목요일로부터 5일이 지나서야 아이가 사라졌다는걸, 친구가 사라졌다는 걸 학교에서도 친구들사이에서도 알게 됩니다. 그 이후 다림질사 아들인 옴바르가, 열여섯 살의 안찰이, 찬드니와 무슬림 아이들인 카바르와 카디파가 사라집니다.

도시전설처럼 ‘멘탈이 살아 있을 땐‘ 넝마주의 아이들이 지금처럼 힘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멘탈의 진짜 이름을 아는 아이들을 위해 죽어서 정령이 된 멘탈이 아이들에게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소문이 들려옵니다. 모든 어려운 상황에서 찾게 되는 작은 희망을 그렇게 빈민가의 사람들은, 열차길에 버려진 빈병을 줍는 아이들은 작은 불꽃으로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IT강국인 인도, 높은 수준의 수학을 자랑하고, 인재들이 많다는 인도의 어두운 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경찰은 빈민가에서 아이들이 사라져도 결코 수사를 할 의지가 없습니다. 귀찮아 하고 뇌물을 받고 때론 수습을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습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관계처럼 무슬림과 힌두교라는 첨예한 종교 대립으로 전쟁직전의 긴장감이 늘 있는 생활과 지저분한 생활 환경에 스모그까지 가득한 인도를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을 통해 만났습니다. 인도의 낯선 모습과 아홉 살 소년의 눈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세상은 너무나도 먹먹하게 다가옵니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지만 탐정으로서는 기질을 발휘하는 자이의 탐험이야기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우린 너무 모르고 있습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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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인간에 대하여 -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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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 자격을 얻은 유일한 동양인 한동일 교수님의 [라틴어 수업]은 그야말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그 이후 [로마법 수업]이 출간 되어 출간기념 저자 북토크에 다녀 온 후 이분이 쓴 책이라면 어떤 책이라도 읽어야 겠다는 결심을 했고 이렇게 [믿는 인간에 대하여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을 만났습니다.

언어에 관한 수업이 첫 번째 시간이었다면 두 번째는 믿음에 관한 것입니다. 종교와 신앙에 대한 믿음은 아이러니하게도 전쟁과 부정적인 영향력, 불안과 폭력적인 사태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믿음, 믿는 인간‘의 의미와 믿음이 우리 삶에서 사라지는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함께 생각해보자고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신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신을 필요로 한다.‘

고난에 처했을 때 우리는 믿음을 가장하여 신이, 남이, 이웃이 나를 도와 주기를 바랍니다. 성경에 등장하는 ‘착한 사마리아인‘ 처럼 원수인 상대방일지라도 어려움에 처하면 도움을 주는 존재가 수호성인처럼 나를 지켜주기를 원합니다. 자신이 고통받는 남에게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주거나 ‘어른‘ 또는 ‘멘토‘가 될 생각은 안 하면서 필요로만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시점에서 ‘내가 생각의 어른이 될 수도 있다‘는 문장으로 믿음에 대한 첫단추를 끼우고 있습니다. 생각의 어른은 나이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주변에 있는 생각의 어른을 찾아보고 존중하는 삶, 생각의 어른이 없다면 내가 생각의 어른이 되려고 노력하는 삶이 지금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다문화 사회의 한 요소인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종교 백화점‘과 같은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신이 믿는 종교만이 참되고 옳다고 주장하는 종교적 배타주의가 세계 여러 곳에서 목격되며, 자신과 다른 신념을 가진 이들을 죄악시하거나 구원받아야 할 대상으로 폄훼하기도 합니다. (235쪽)

바이러스로 인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종교에 대한 불만은 하늘높이 치솟아 올랐고 모든 종교인에 대해 하나의 기준으로 바라본 것도 사실입니다. 해마다 종교 인구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내가 믿는 종교와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하며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졌으나 정신적으로 종교적으로는 여전히 결핍된 우리 사회에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저자는 [믿는 인간에 대하여]에 보물처럼 숨겨놓았습니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다시 질문을 합니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공통의 가치는 무엇이며, 서로 다른 우리가 어떻게 그 차이를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를. 이 두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 곧 우리를 [믿는 인간에 대하여] 알려 줄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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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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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있습니다. 제자리에 있다가는 퇴보되고 뒤쳐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절실하게 실감을 합니다. 그러다보면 조급한 마음이 생기고 새로운 것에 빨리 적응하고 싶어집니다. 일명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해 목적을 가지고 쏟아져 나오는 책들을 기계적으로 읽습니다. 하루에 한 권, 두 권, 세 권을 읽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한달에 수십 권의 책을 실제로 읽기도 합니다. 그러다 만났습니다. 2008년 초에 발행 된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이라는 부제를 단 [책을 읽는 방법]을 말입니다.

십여 년 전에 나온 책인데 읽다보니 깜짝 놀랐습니다. 바쁜 현대인들은 그때도 속독을 하고 책을 몇권 읽었느냐에 중심을 두고 시간에 쫓겨 살았으며, 지금 역시도 4차 산업혁명을 운운하며 쏟아지는 지식에 허우적 거리는 것은 마찬가지 입니다. 아마도 느림의 미학을 즐길 수 있는 ‘슬로 리딩‘을 슬로건으로 내민 이 책이 다시 등장할 때가 온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 히라노 게이치로는 독서의 목적을 의사소통에 두고 있습니다. 대입 면접고사, 취업을 위한 면접 등에 등장하는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무엇인지, 그 이유는?‘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지금처럼 속독을 하고 훑어보기만 했던 책에 대해 감명 깊게 읽었다고 하며 그 이유를 말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속독은 당장 내일을 위한 독서라면 슬로 리딩은 ‘오 년 후, 십 년 후를 위한 독서‘라고 말합니다. 시험을 위한 급급한 독서의 한계점을 나타내며 이는 결코 대입 시험과 같은 과정에 도움이 안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생각을 하며 읽는 슬로 리딩, 문제를 제출한 선생님의 질문의 의도를 생각하며 지문을 읽는 것이 필요한데 눈에 보이는 본문 지문들만 읽어서는 절대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점과 글을 쓴 작자의 의도를 자기식으로 ‘풍요롭게 오독‘ 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오독으로 인한 새로운 창조물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것 입니다.

책의 3부에는 동서고금의 텍스트를 읽다-슬로 리딩 실천편이 나옵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다리],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등 여러 작품들을 실례로 들어 슬로 리딩하는 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독서 감상에 정답이 없다는 것과 독서가 인생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자신의 경험 사례를 들어 자세히 알려줍니다. 역시나 좋은 책은 시간이 흘렀어도 남는 것이 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땐 안 보이던 것들이 이제야 의미가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작가를 지망하거나 깊이 있는 독서를 하고 싶은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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