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그중에서도 옛날 책을 읽어 보기로 생각했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 P33
나에게 [제인 에어]의 세계를 넓혀 준 것이 지구 반대편의 도시에서 단 몇 차례 만난 아르헨티나인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다. - P24
나는 붉은 흙을 한 줌 쥐고 구덩이 아래로 내려놓은 아버지의 관 위로 던졌다. 그러자 일꾼들은 일제히 양 옆에 파놓았던 흙을 삽으로 떠서 무덤을 메우기 시작했다. 관 위로 떨어지는 흙덩이들의 무거운 소리는 끝없는 구멍으로 새어나가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 P19
나는 두 주먹을 꼭 말아쥐고 복도를 달음박질쳐서 라일락꽃이 활짝 핀 병원의 뜰로 뛰어나갔다. - P13
섬돌 계단 아래로 두발을 맞춰 뛰어내리면 어머니는 장바구니를 들지 않은 손으로 내 손을 잡아주었다. 나는 삼거리까지 길게 경사진 길을 굴렁쇠처럼 혼자 굴러갔다. 왼 어깨 너머로 염소 우리와 태경이네의 막서리 집과 연못이 지나갔다. 길가에 선 감나무들이 오른편으로 한 칸씩 지나가고 그 뒤로 넓게 펼쳐진 뽕나무 밭이 푸른 물결처럼 반짝거렸다. - P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