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매일매일 - 빵과 책을 굽는 마음
백수린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백수린 작가님의 첫 산문집을 만났습니다.

이야기 하나에 생일 케이크가 하나, 책이 하나 데롱데롱 열립니다. 책쓰는 것 만큼이나 즐거운 작가님의 베이킹에 관한 이야기들이 서툴다면서도 자랑스럽게 툭툭 튀어나옵니다.

빵집 주인이 되고 싶은 마음과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 사이에서 결국 소설가의 길을 걷지만 빵이 나오는 구절을 만나면 내용과 상관없이 그 책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느끼곤 한다는 작가님의 고백에 벌써부터 배가 고파집니다.

똑같은 책을 읽었음에도 작가님의 시선 속에는 늘 빵이 있었습니다. 컵케이크와 만나는 존 치버의 [기괴한 라디오] 속에는 상상력이 풍부한 작가님의 어린시절이, 판 콘 토마테를 통해 다시 손에 든 책 [내 식물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에서 방치 된 옥상 텃밭의 방울토마토들이, 마카롱의 아기자기한 맛과 색감이 주는 즐거움을 나누고자 선물로 포장하며 떠올리는 앤 카슨의 [남편의 아름다움]이 레시피처럼 다가옵니다.

[다정한 매일매일] 속에 책들과의 만남은 낯선 경험으로 다가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등 가공의 인물이 아닌 자신의 경험과 이야기를 맛있게 쓰고, 소개하고 싶은 책들을 엮어서 근사한 산문집이 되었습니다.

매일매일 출퇴근 길에 만나는 지하철 역사 안의 만쥬처럼 평소라면무심코 지나던 그길을 다시 되돌아가 만쥬를 사 포근하게 감싸안고 퇴근길 여정을 이어가도록 마법에 걸린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는 만쥬와 같이 쓰여졌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파트릭 모디아노)를 다시 펼쳐보게 하고, 슈거 파우더가 눈처럼 내려 앉은 구겔호프를 보온병에 담아 온 홍차와 함께 조금씩 떼어 먹으며 동경하던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의 더블린을 거닐 상상을 하는 작가님을 글로 만나 그곳에 사는 사람보다 더 더블린을 잘아는 듯 이야기 보따리를 푸는 상상을 해 봅니다.

어린시절 문방구 앞에 놓인 작은 지우개들은 모양이나 색이 아닌 향기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콜라향, 자두향, 고무향, 달짝지근하지만 끌리지는 않는 향까지 다양하게 기억에 남아 비슷한 향이 나면 저절로 지우개가 떠오르고 어린시절로 시간을 거슬러올라 갑니다. 백수린 작가님의 [다정한 매일매일] 역시도 오랜시간동안 옥수수빵을 보면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가 자동으로 떠오를 것 같습니다.

에세이나 산문집을 내기 위한 글이 아닌 책소개를 위한 신문 연재글들을 엮어, 힘들고 지친 이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위로의 선물을 주셨기에 행복한 마음으로 배불리 감상하고 깊이 책 속에 빠져드는 경험을 해 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작성한 개인적 리뷰입니다.

#다정한매일매일 #빵과책을굽는마음 #백수린 #산문집 #작가정신 #소설가백수린첫산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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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빕니다
김이환 지음 / 들녘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상자가 최상원 씨의 소원을 들어줄 겁니다. 그 대신 그만큼의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10개의 옵니버스식 단편들이 엮여 있는 김이환 작가님의 [행운을 빕니다]의 첫번째 연작소설 ‘그의 상자‘에 나오는 말입니다.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한 평범한 회사원 최상원에게 자리를 양보 받았던 검은 양복의 남자가 흰상자를 주며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니 어떨떨 해 하다가 놀라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을까...

첫번째 이야기 속의 소원에 대한 대가는 아주 커다란 것입니다. 소원이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는가 생각해보니 그 모든 행복의 시작이 상자에서 비롯 되었음으로 그만큼의 댓가를 가져가는게 맞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두번째 이야기 속에도 역시 흰 상자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호랑이 복장을 한 우렁각시 같은 존재도 등장하여 막 서른 살이 된 회사원 최광식의 취중 소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토닥이는 자신과의 만남이라니 오래전 TV프로그램에서 봤던 ‘환상특급‘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테드 창의 소설 [숨]의 첫번째 소설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에서 본 미래의 나를 만나고 다시 현실에서 그날이 올 때를 기다리는 순환 된 거울 속 환상여행을 다시 한번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흰 상자나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는 등장할 때도 있고 유추하여 그 사람이 검은 양복의 남자 였구나 하도록 쓰여진 이야기들도 있었습니다.

‘꼬마의 상자‘는 귀여울 것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지만 범죄현장과 납치 등 6살 아이 성현이에겐 참 잔인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습니다. ‘아들의 상자‘를 읽으며 [정의란 무엇인가]에 등장하는 딜레마에 관한 질문을 떠올려봅니다. 하지만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아들의 심장에 과학자의 말만 듣고 핵무기 기폭 장치를 설치하는 사람이 과연 인간인 것인가...였습니다. 선제 공격을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그 생각부터 정상적이지는 않다고 느꼈는데 그 기폭 장치를 아들의 심장에 설치하는 걸 승인하고 결국 전쟁의 시작을 아들의 심장을 꺼내 폭발장치를 누르는 비정함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친구의 상자‘에 등장하는 친구 양병철이 ‘아내의 상자‘에 주인공이 되는 서로 엮여 있는 이야기 구조가 주는 신선한 충격과 함께 ‘소원‘이라는 단어가 삶과 죽음의 경계조차 넘어서는 무한한 확장성에 놀라웠으며 검은 양복의 남자의 등장만으로도 긴장하고 ‘행운을 빕니다‘라는 표현속에 결코 행운이 거져주어지는 것이 아닌 뭔가 댓가가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오랫만에 만난 한국형 SF소설 & 전래동화의 현대버전 소설을 읽고 현재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합니다. 오늘의 나의 삶은 누군가의 그리도 고대하던 내일이었을테니....낭비 없이 살아야겠습니다.

*들녘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개인적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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