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4
윌리엄 포크너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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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섯 살 소년과 곰 올드벤, 사냥개 라이언과 치카소족 추장과 흑인 노예 사이에서 태어난 샘 파더스와 평범한 부족민 혈통의 분 호객벡, 드 스페인 소령과 콤슨 장군과 소년의 친척형 매캐슬린, 테니 아들 짐이 등장하는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곰]을 읽었습니다. 매년 11월이 되면 곰과 사슴 등을 사냥한다는 목적으로 연례의식을 치르듯 거대한 숲 빅바텀을 향해 떠나는 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만 보던 소년이 6년의 시간을 거쳐 스스로 사냥꾼이 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한 후에야 황야를 지나 숲으로, 뒤틀린 발자국을 남기는 올드벤을 사냥하기 위한 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소년은 사악하고 거대하며 잔인한 곰을 사냥터이자 야영지가 있는 빅바텀 숲에 가기 전에 꿈에서 만났습니다. 사냥꾼들이 쏘아대는 총알에도, 달려드는 사냥개들의 위협적인 공격에도 장벽처럼 존재하며 공간을 지배하는 곰과의 마주침의 순간, 소년에게는 경이로움으로 숲도 곰도 사냥도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그보다 훨씬 전에 시작 되었음을, 소년의 나이가 두자리 숫자로 바뀐지 얼마 안되는 어느날 친척 형 매캐슬린이 처음으로 그를 사냥꾼 야영지가 있는 큰 숲으로 데려가주던 그날 이미 시작되었음을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야영 둘째 주에 그들 곁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올드벤은 도망치지도 않고 사냥꾼들을 비웃듯 천천히 자신에게 쏠린 의식들을 즐기는 것 처럼 숲의 침입자들을 바라보고는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올드벤이 그런 행동을 하는데에는 다른 곰들 특히 어리거나 작은 곰들이 사냥꾼들을 피해 이동할 수 있도록 시간을 끄는 영리한 행동이었고 이는 매년 반복되고 있습니다. 사냥총을 들고도 그렇게 잡고 싶다고 외친 올드벤을 왜 쏘지 않는지 이해를 못한 소년의 목소리가 울리고 샘은 ˝우리, 아직 개 없다.˝(21쪽)라며 꼭 사람같던 늙은 곰 올드벤을 사냥하기 위해선 피냄새에도 흥분하지 않는 노새와 곰과 대적할 만큼의 용기를 가진 개가 필요하다는 말이 들려오지만 치기어린 소년에게 여전히 이들이 곰을 진짜 사냥하고자 하는건지 으미문을 떨쳐버릴 수 없을 뿐입니다.

드디어 늑대에 버금가는 거대한 사냥개 라이언과의 만남, 무기를 모두 벗어놓고 올드벤을 찾아 홀로 모험을 떠났다 십육 킬로미터의 숲을 배회하고 다시 십육 킬로미터를 걸어 야영지로 되돌아온 소년의 용기 숲도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거쳐 상속 된 땅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는 소년에서 어른이 된 아이작 비첨 매캐슬린(아이크)의 눈에 비친 당시의 시대상에는 남북전쟁과 노예해방과 케이케이단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져 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옛주민들을 몰아내고 자기 땅이라 주장하며 그것을 또 다른이에게 파는 일련의 행위들이 잘못되었다는 말할 수 있는 나이 스물한 살이 된 아이크와 숲의 주인이기도 한 늙은 곰 올드벤의 마지막 이후 사냥 모임은 해체되고 숲 역시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파괴 되면서 한시대도 저물어 갑니다.

기회가 된다면 윌리엄 포크너의 다른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서로를 바라보는 아이크와 올드벤의 교감, 탐험과 올드벤과의 조우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숲으로 들어서는 소년의 용기와 물질적인 상속을 거부함으로서 비로소 자유를 얻는 파격적인 대범함 등을 바라보며 다른 작품 속에 윌리엄 포크너의 생각들은 어떤 형태로 다가올지 무척 기대 됩니다. 또한 무섭고 두려운 사냥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닌 정말 할 줄아는 게 1도 없는 노예를 256달러에 사서 풀어주고도 후회하는 할아버지의 일화들 등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이 여름 가볍게 [곰] 사냥 떠나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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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살인 - 죽여야 사는 변호사
카르스텐 두세 지음, 박제헌 옮김 / 세계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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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전문 변호사 비요른 디멜은 첫 의뢰인이자 자신을 성공적인 ‘골칫덩이‘ 변호사로 만든 드라간 세르고비츠로 인해 복잡한 심경으로 로펌에서의 일과 생후 30개월의 딸과 출산을 위해 직장을 그만 둔 아내 카타리나와 소홀해지는 관계를 개선하고자 합니다. 카타리나의 추천으로 1월의 어느 목요일 저녁 요쉬카 브라이트너를 만나 ‘명상‘에 대해 배우면서 자신이 이미 오래전에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사랑‘하다는 것과 동시에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증오‘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명상 살인]은 이렇게 대립되는 관계와 상황 속에서 명상의 가르침을 실천하며 긴장된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한 메시지로 알려옵니다. 첫째, 아무것도 바꾸지 마라, 둘째,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셋째, 어떤 것도 평가할 필요 없다.(95쪽) 즉, 긴장을 완화하는 3화음을 마음에 새기고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 계속 뭔가를 해야한다는 전제를 무너뜨리며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그냥 하지 않는 사람만이 자유롭다는 의미를 비로소 깨달아 갑니다. 그렇게 시작 된 명상에 관한 상담이 삼개월 간 12번이 모두 끝나고 비요른이 막 서먹서먹한 부부간의 관계를 개선하고 딸 에밀리와의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드라간의 호숫가의 멋진 주말 별장에서 휴가를 보내려던 계획을 실행 하려는 순간 드라간은 대형사고를 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라는 협박을 받게 됩니다. 결국 의뢰인의 도주를 돕기 위한 불편한 동행을 제안합니다. 둘도 없는 친구였으며 첫범죄 조차 함께 했던 드라간과 보리스가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적이 되어 범죄집단 간의 세력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 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하고 드라간은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배신자를 찾기 위해 자신의 변호사인 비요른을 찾아가 협박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일반적인 스릴러 소설의 클리셰라면 주인공은 경찰과 협조하에 정의를 실현하는 변호사가 되어 범죄자를 처벌하고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당연한 결과를 향해 달려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명상 살인]은 그 처음부터 모든 예측을 깨고, 죽여야 사는 변호사라는 타이틀 아래 평생 동안 누구를 때린 적이 없다는 비요른이 마흔두 살이 되어서야 처음 살인을 저질렀다는 고백에 이어 일주일 뒤 여섯 건이 추가되긴 했다는 표현으로, 그것도 ‘명상‘ 덕분이라는 멘트와 함께 수류탄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책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등장하는 상황별 해결 병법서 같은 ‘명상‘에 관한 문장들, 오직 자신의 심적 평화만을 위한 살인, 겉으로는 아동착취에 반대하는 교육집단의 내면에 자리잡은 특권의식과 숨겨진 진실 등 그야말로 허를 찌르는 소설에 빠져들면 잔혹하기 그지없는 문장들 너머로 무엇이 정의로운 것인지 판단이 불가능 해 집니다. 그래서 폭염으로 지친 이들에게 섬뜩한 스릴러 소설로 시원한 한여름밤을 약속하며 이책 [명상 살인]을 추천합니다. 명상과 살인의 하모니를 스릴러를 좋아하는 모든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집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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