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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모르는 아이 - 학대 그 후, 지켜진 삶의 이야기
구로카와 쇼코 지음, 양지연 옮김 / 사계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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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그 후, 지켜진 삶의 이야기 [생일을 모르는 아이]는 2013년 제11회 가이코다케시 논픽션상 수상작 입니다. 지금은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인 저자 구로카와 쇼코가 직접 학대 당한 아동들을 보호하고 있는 사회적 양호시설-가정 양호, 시설 양호, 가정적 양호 등-을 방문해 아이들을 보호하고 돌보는 이들 또는 아동들과 직접 대화를 하고 인터뷰를 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학대‘로 확인 되어 매스컴 등 미디어에 노출 된 경우에만 피해 아동과 가해자, 학대 정황 등을 알게 되고 수사 과정이나 재판 과정이 공개 되는 경우에만 대중적인 울분을 발휘합니다. 책에 나오는 학대 아동에 대한 여러 사회적 시설들과 제도들은 일본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와는 다른 점들도 있겠지만 친부모에 의해, 계부나 계모에 의해, 위탁 부모에 의해, 입양 부모에 의해 학대를 당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사연들은 우리 사회에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고 현재에도 재판이 진행 되는 사건들 역시 있습니다.

구로카와 쇼코는 여러 시설 중 패밀리홈이라 불리는 가정 양호 시설을 주로 방문하여 학대 당한 아이들이 학대를 한 부모 등과 분리 되어 양호 시설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살아남은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는지 직접 취재를 나갔고 제1장에서 만난 미유에게
˝있잖아, 쇼코 아줌마. 나는 다섯 살 때가지 내 생일이 7월 10일이라는 걸 몰랐어.˝(29쪽)라는 말을 듣습니다. 세 살 때 엄마의 학대로 아동 상담소에 보호 조치되어 일시 보호소에서 잠시 지내다가 네 살 때 패밀리홈으로 온 미유는 이제 초등학교 3학년 입니다. 패밀리홈에 와서야 생일이 축하받는 날이라는 것을 알게 된 미유처럼 제2장에 나오는 마사토 역시 엄마에게 학대 당한 남매 중 한 명으로 패밀리홈 ‘모두의 집 사와이‘에 오게 되었습니다. 다섯 살 아이는 사랑받고 보호받고 존중 받은 기억이 전혀 없이 키워지다 ADHD 진단을 받고, 양육자는 발달 장애 아이를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학대를 했습니다. 미유나 마사토 같은 시설에 위탁 된 아이들 대부분은 하나 이상의 신경정신과 약을 먹는 경우가 많았고 어린 나이에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못자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학대 당했던 기억을 지우거나 서로 다른 인격으로 분리해 인격간 별개의 기억을 가지고 살며 스스로 기억을 조각내는 아이들의 모습은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어른이 된다는 걸 괴로운 일이라고 말하는 다쿠미와 노예가 되는 한이 있어도 생모와 함께 살고 싶어한 아스카, 이제 40대 초반의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패밀리홈 경험이 있는 사오리와의 인터뷰에는 자기 자신 안에 분노의 마그마를 담고 살아가다 순간적으로 분출하는 이들의 자책과 미안함과 또다른 분노가 담겨져 있습니다.

2013년으로부터 십 년 가까이 지나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지만 학대 아이들의 살아남은 이 후의 삶이 평범한 아이들의 삶과는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는 것과 다중인격 또는 해리성 정체성 장애를 스스로 만들어내 자기자신을 지켜내려 한 아이들이 학교나 친구들, 선생님들께 이해 받지 못하면 어떤 오해를 받을 수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을 지키려는 행동이 도움을 주기 위해 다가가는 이들까지 다치게 하면 그것이 또다른 트라우마로 작용해 더욱 숨기기 바쁜 아이들 말입니다.

내 아이가 소중하다면 아이가 살아갈 사회가 병들지 않도록 부모는 노력해야 합니다. 몰랐다고 모두 면책이 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조그마한 관심이 주변에 병들어가는 아이를 살릴 수도 있습니다. [생일을 모르는 아이]는 웃으면서 꽤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합니다. ‘이 흉터 어른 되면 없어질까‘라고.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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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연_옮김 #사계절 #책스타그램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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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은 장미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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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은 장미]에 실린 네 편의 소설들은 뉴욕이라는 구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소설들이 연작소설이라지만 하나의 스토리인지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첫번째 소설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역시 뉴욕에 직장을 다니고 거주 공간이 있는 민영과 서울 논현동의 고층건물에 입주한 잡지사 계약직으로 일하다 열흘 동안 뉴욕에서 현지인처럼 지내보겠다는 다짐으로 떠난 승아의 어쩌면 무모한 여행기를 만나 승아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에는 승아 편을 들고, 진짜 뉴욕까지 올 줄 몰랐다는 민영의 입장을 듣고 나면 그건 또 그렇네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절친도 아니고 매일 연락하던 사이도 아니고 알지만 모르는게 더 많는 사람끼리 외국에서 한 공간을 나눈다는 사실이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상대방을 위해 청소를 하고 일주일치 해독주스를 만들며 머무는 동안의 감사함을 표현하려는 승아와 자기만의 공간을 스스로 허락하였더라도 물건들의 위치를 바꾸고 더 좋은 방향을 제시하며 넣어두었던 액자를 굳이 꺼내 보는 이방인과의 동거는 불편한 민영이 결국 그 이후로도 계속 친구로 지냈는지 궁금해지는 소설입니다.

표제작인 ‘장미의 이름은 장미‘에는 의학을 전공하는 세네갈 대학생 마마두와 마흔여섯 생일을 맞이한 수진이 맨해튼 헌터 칼리지 어학원에서 만나며 뉴욕이라는 도시에 살아가고 있는 수 많은 이방인들 역시도 열린 듯 보여지지만 결코 열린적이 없는 벽을 느끼게 됩니다. 4레벨 A반 학생 열세 명은 나라도 성별도 사는 형편도 모두 제각각 입니다. 초등학생 수준의 작문을 영어로 쓰기 위해 매번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수진이 말하는 ‘매일 아침 나의 왜곡된 히스토리는 장밋빛으로 시작한다‘는 문장으로 축약된 것은 아닐지 여운을 남깁니다.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의 로언과 현주 역시 연인이라 부르기엔 멀고, 남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이는 아닌 관계입니다. 왼쪽 귀의 이명으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 현주가 뉴욕이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어쩌면 당연한 외로움을 느낄 때쯤 소설은 록다운 안내문을 카페 창문에 비뚤게 붙이며 끝이 납니다. 마지막 연작소설 ‘아가씨 유정도 하지‘에도 등장하는 뉴욕은 팔십삼 세의 어머니와 작가인 나의 여행기인 동시에 고정관념을 깨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진정한 어머니와의 조우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반찬을 반찬‘으로 부르는 것처럼 각자가 가진 고유함을 세상 어디에서도 지켜야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관광객이 아닌 방문자의 시선으로 작품 [장미의 이름은 장미]를 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작소설들 간에 실 같은 인연의 끝이 살짝살짝 그 모습을 내보일 땐 개화를 기다리는 장미를 보는 첫처럼,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처럼 기대되고 흥분 되었습니다. 이 봄에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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