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은 장미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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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의 이름은 장미]에 실린 네 편의 소설들은 뉴욕이라는 구심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소설들이 연작소설이라지만 하나의 스토리인지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첫번째 소설 ‘우리는 왜 얼마 동안 어디에‘ 역시 뉴욕에 직장을 다니고 거주 공간이 있는 민영과 서울 논현동의 고층건물에 입주한 잡지사 계약직으로 일하다 열흘 동안 뉴욕에서 현지인처럼 지내보겠다는 다짐으로 떠난 승아의 어쩌면 무모한 여행기를 만나 승아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에는 승아 편을 들고, 진짜 뉴욕까지 올 줄 몰랐다는 민영의 입장을 듣고 나면 그건 또 그렇네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절친도 아니고 매일 연락하던 사이도 아니고 알지만 모르는게 더 많는 사람끼리 외국에서 한 공간을 나눈다는 사실이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상대방을 위해 청소를 하고 일주일치 해독주스를 만들며 머무는 동안의 감사함을 표현하려는 승아와 자기만의 공간을 스스로 허락하였더라도 물건들의 위치를 바꾸고 더 좋은 방향을 제시하며 넣어두었던 액자를 굳이 꺼내 보는 이방인과의 동거는 불편한 민영이 결국 그 이후로도 계속 친구로 지냈는지 궁금해지는 소설입니다.

표제작인 ‘장미의 이름은 장미‘에는 의학을 전공하는 세네갈 대학생 마마두와 마흔여섯 생일을 맞이한 수진이 맨해튼 헌터 칼리지 어학원에서 만나며 뉴욕이라는 도시에 살아가고 있는 수 많은 이방인들 역시도 열린 듯 보여지지만 결코 열린적이 없는 벽을 느끼게 됩니다. 4레벨 A반 학생 열세 명은 나라도 성별도 사는 형편도 모두 제각각 입니다. 초등학생 수준의 작문을 영어로 쓰기 위해 매번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 수진이 말하는 ‘매일 아침 나의 왜곡된 히스토리는 장밋빛으로 시작한다‘는 문장으로 축약된 것은 아닐지 여운을 남깁니다.

‘양과 시계가 없는 궁전‘의 로언과 현주 역시 연인이라 부르기엔 멀고, 남은 아니지만 사랑하는 사이는 아닌 관계입니다. 왼쪽 귀의 이명으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 현주가 뉴욕이라는 전혀 다른 세상에서 어쩌면 당연한 외로움을 느낄 때쯤 소설은 록다운 안내문을 카페 창문에 비뚤게 붙이며 끝이 납니다. 마지막 연작소설 ‘아가씨 유정도 하지‘에도 등장하는 뉴욕은 팔십삼 세의 어머니와 작가인 나의 여행기인 동시에 고정관념을 깨는 제대로 알지 못했던 진정한 어머니와의 조우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작가는 ‘반찬을 반찬‘으로 부르는 것처럼 각자가 가진 고유함을 세상 어디에서도 지켜야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관광객이 아닌 방문자의 시선으로 작품 [장미의 이름은 장미]를 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작소설들 간에 실 같은 인연의 끝이 살짝살짝 그 모습을 내보일 땐 개화를 기다리는 장미를 보는 첫처럼,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처럼 기대되고 흥분 되었습니다. 이 봄에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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