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영 : 나보다 훨씬 더 많이 번역한 프로들도 많아. 프랑스에 체류하면서 한국으로 글을 써 보낼 때 경험한 것 가운데 하나가 이거야. 프랑스에서 아무리 중요해도 한국 독자가 모르는 이야기는 할 수가 없잖아. 한국 독자들은 나이 많고 유명한 사람은 알아도 현역의 젊은 프랑스 작가는 잘 모른다고. 그러니 이미 유명해진 작가나 시인이 죽으면 쓸거리가 생겨. 자크 프레베르가 죽었다는데 너무 좋은 거야. 쓸거리가 생겨서....(62쪽) - P62
참, 아까 그 김유정과 채만식 나오는 그 책 제목이 뭐였다고 했지요?박지선 : <벗을 잃고 나는 쓰네>. 언니 이거 가져가요. 가져가서 써요. 언니 줄게요. - P34
엄마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면 난 엄마 옆에 붙어앉아 몸을 기대거나 무릎을 꿇고 엄마 등에 업히는 자세를 했다. 그러면서 이따금 엄마 목이나 귀 뒤쪽이나 머리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다.
엄마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면 난 엄마 옆에 붙어앉아 몸을 기대거나 무릎을 꿇고 엄마 등에 업히는 자세를 했다. 그러면서 이따금 엄마 목이나 귀 뒤쪽이나 머리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았다. - P27
홀수 번지 거의 전체가 시멘트 펜스들로 덮여 있다. 그 펜스들 중 하나에 다음과 같은 낙서가 쓰여 있다 : TRAVAIL(노동) = TORTURE(고문) - P48
"아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인간은 누구나 유사시에 악인이 된다는 거 말입니다. 어떤 의미로 하신 말씀이신가요?" "의미라고 해도 깊은 의미는 없어요 - 다시 말해 사실이 그렇다는 거지. 이론이 아니고." "사실은 사실이라도, 제가 여쭙고 싶은 것은 유사시의 의미입니다. 도대체 어떤 경우를 가리키는 건가요?" 선생님은 웃음을 터뜨렸다. 마치 끝난 지 한참 된 얘기라 새삼 열심히 설명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는 듯이. "돈이죠. 돈을 보면 어떤 성인군자라도 금방 악인이 돼요." - P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