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극소수의 장기 연체자다. 처음 연체를 알리는 전화를 하면 아이의 보호자는 일단 책의 행방을 확인해고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며칠을 기다리다가 책이 들어오지 않으면 다시 전화를 건다. 그때부터 무한 발뺌이 시작된다. - P33
그런데 오기 너 오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아. 글쎄. 오기는 잠시 생각하다가, 깨끗한 바람이 불어서 그런가. 아닌 게 아니라, 아래로 쭉 뻗은 도로를 거슬러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나와 오기는 바람을 거슬러 도로를 따라 내려갔다. - P206
첫날, 도를 닦는 마음으로 지내면 된다던 교감 선생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내가 입은 옷은 새 옷이 아니었다. 남의 옷을 어색하게 걸치고 있는 것뿐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진 순간이었다. - P29
이봐. 저 달 좀 봐. 그러나 어디에도 달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 내가 묻자, 어디든 있겠지. 달이 없겠어. 달은 있어. 보이지 않아도 예쁜 달일 거야. 오기가 그랬다. - P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