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무늬 상자 특서 청소년문학 27
김선영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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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와 나무들이 온통 삼켜버린 집을 발견하고 엄마는 달리던 차를 세운 뒤 무수한 잔가지 사이로 회색 기와지붕이 보이는 폐가로 내달렸습니다. 길도 없는 곳에 길을 내며 가는 엄마, 엄마는 내가 따라오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고 그 집으로 향했습니다. 마치 급한 볼일이라도 있는 양, 누군가 손직하며 부르기라도 하는 양. (9쪽)

아토피 치료를 위해 산골 이다학교로 전학을 가는 도중이었고 우연히 발견한 은사리 마을 폐가는 무너져 내린 돌담과 마당 가득 들어찬 나무들 뿐만 아니라 누군가 살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습니다. 부엌 선반의 그릇들도 마루 아래 신발도 그대로, 특히나 마루 한가운데에 가지런히 모아진 상태로 놓여 있는 여자 구두는 흐른 세월만큼 삭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중학교 3학년 벼리는 전학생 입니다. 우연한 기회로 발견했던 그 폐가를 사기로 결정한 엄마는 바로 실행에 옮기고 엄마의 어릴적 집과 비슷하다는 그 집을 발견한 첫날 엄마가 왜 울었는지에 대해선 아직 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수리에 들어간 폐가에서 벼리는 잘 보존 된 향나무로 만들어진 ‘붉은 무늬 상자‘를 발견합니다. 그리고 그 집에서 살던 열일곱 살 된 딸이 죽었다는 얘기를 이장님께 들었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마루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가죽 구두의 주인이 누구인지 짐작하게 됩니다.

전학 첫날 반에서 겉도는 세나와 태규를 무심히 지나쳤던 벼리는 차츰 폐가의 수리과정을 블로그에 일기형식으로 쓰고 ‘붉은 무늬 상자‘ 코너도 만들어 그속 물건들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강여울이라는 이름이 쓰여진 다이어리와 그속에 쓰여진 일들이, 열일곱 살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그 일들이 여전히 지금도 자신의 반에서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표지의 화사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인가 싶은 적도 있지만 다 읽고 나니 ‘용기‘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잘못된 것을 밝히고 먼저 손 내밀 줄 아는 아이들,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엄마와 여전히 자기변명으로 타인을 기만하는 사람의 최후(?)를 읽습니다. 누군가는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죽습니다. 낙서로 시작 된 소문이 어떻게 [붉은 무늬 상자] 만을 남기게 되었는지 꼭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공정함에 대해, 또 누군가에 대한 실체 없는 소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입니다. 우정과 용기와 행동하는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특별한 무엇이 들어있습니다. 좋은 책은 늘 나누고 싶습니다. 권하고 싶습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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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애하는 숲 - 나의 작은 오두막, 나의 숲속 해방일지
에두아르 코르테스 지음, 변진경 옮김 / 북노마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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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의 힘과 조화는 나를 안심시킨다. 빽빽한 가지로 뒤덮여 있는 나무는 280미터 높이의 언덕 가장 높은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나는 나무의 자연법칙을 따르고, 나무는 내게 자신의 왕국을 열어준다. (13쪽)

에두아르 코르테스의 에세이 [나의 친애하는 숲]은 마흔 살을 앞두고 있는 저자가 7년간의 양치기와 양 사육자로서의 삶을 단 하루만에 정리하고 280미터 높이의 언덕 가장 높은 지점에 자리 잡은 참나무 가지 위에 오두막을 짓고 지내며 보낸 시간과 만남들로 가득한 책입니다. 무능한 양치기는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실패한 사실은 부인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중한 아내와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휘둘릴 때 오히려 응원해 주는 가족 덕분에 소셜 미디어 계정을 삭제하고 스마트폰도 집에 남겨두고 등산용 칼을 들고 숲으로 떠날 수 있었습니다.

농장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양떼들과 그런 양떼들을 이리저리 운동시키 듯 몰고 다니는 개가 함께 있는 목가적인 상상속 생활과는 달리 바이러스 감염으로 죽어가는 양들과 감염된 어미 양의 젖이 줄어서 새끼 양이 죽는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날씨에 의해서, 때론 이유조차 알 수 없는 일들로 인해 양들이 죽고 사라지는 일들을 7년간 지켜보며 ‘번 아웃‘이 온 에두아르가 농장을 처분하고 젖병으로 우유를 먹이며 키우던 새끼 양들까지 모두 가축 운반차에 실려 보낸 후 인생의 전환점에서 시들어 가고 있는 영혼을 위해 과감히 선택한 진흙투성이 숲에서의 봄과 여름, 그리고 다음해까지의 체험들이 실려 있습니다. 바로 [나의 친애하는 숲]속에.

인터넷이 안되는 것은 물론 시계가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오두막에서의 하루는 온통 자유 시간인 동시에 관찰의 시간이며 동반자의 시간입니다. 참나무 스스로가 자라고 있고 봄을 향해 움추렸던 가지들을, 새싹들을 수관을 통해 밀어올리는 힘이 그대로 전달 되는 나무 위의 생활 입니다. 박새와 오색딱따구리와 벌과 풍뎅이와 나방과 애벌레와 개미까지도 삶의 한가운데 상주하고 있습니다. 비가 새는 지붕 덕분에 오두막 안에서 샤워를 하고 햇볕이 나는 날 잘 말린 도토리를 볶고 갈아 커피를 만들어 마시며 자연으로부터 무한한 에너지를 받고 나눌 줄 아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 생생하게 실려 있습니다.

숲속에 사는 사람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소로의 삶처럼 에두아르 역시 매일 새롭게 깨어나고 자신을 이해해 주는 아내와 숲속 오두막으로 여행 오는 것을 즐기는 아이들 덕분에 정화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 나무는 도시나 사막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 심어야 한다.(125쪽)

지상에서 6미터 높이의 참나무 가지 위에 밤하늘이 훤히 보이는 천창이 있는 사방이 창으로 이뤄진 오두막과 지난 날엔 삶을 마감하려 준비했던 밧줄로 단단히 가지에 묶어 달아놓은 그네는 같은 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즐거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나는 유희의 추억이 될 수도 있음을 몸소 느끼고 깨달으며 세심하게 자연을 배우고 감탄하는 모습에 독자 꿈 꾸고 용기를 얻습니다. 숲이 주는 냄새, 동식물들이 아낌없이 들려주는 자연의 소리, 피부로 다가오는 숲의 물방울들과 활력 넘치는 생명들의 바지런함 앞에 작은 존재인 ‘나‘는 우울하고 힘든 시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배워갑니다.

- 참나무의 따스한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되었다. 고마운 일이다. (191쪽)

삶이 지치고 힘들 때, 다시 돌아오기 위해 숲으로 가보세요. [나의 친애하는 숲]에 답이 있습니다. ‘나의 작은 오두막‘이 보이지 않더라도 ‘나의 숲속 해방일기‘를 직접 쓸 수 없더라도 에두아르 코르테스가 따스한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된 숲에 숨겨진 보물들을 찾아보시길, 추천 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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