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홍빛 하늘 아래
마크 설리번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의철학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저널리스트 출신의 미국 작가 마크 설리번은 친동생의 죽음과 업무상 분쟁 등으로 삶을 포기하려다 남겨질 가족을 위해 살기로 결심합니다. 바로 그날, 외면 받은 자신의 소설을 뛰어넘는 새로운 소설의 이야깃거리를 달라고 하느님과 우주를 향해 애원하듯 기도하던 그날 참석한 만찬에서 그는 이 소설 [진홍빛 하늘 아래]의 주인공 피노 렐라의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는 1943년 6월부터 1945년 5월까지의 기간동안 당시 열일곱 살이었던 이탈리아 소년 피노 렐라의 영웅담을 듣는 순간 강한 끌림은 피노 렐라가 2006년 현재에도 살아 있으며 30여년 간 미국에서 생활하다 다시 자신의 고국인 이탈리아로 돌아갔다는 사실에 도달하게 합니다. 마크 설리번은 피노 렐라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그의 기억에 따른 역사의 현장 등을 찾아다녔으며, 이탈리아, 독일, 미국의 사학자들의 자문과 영국에 있는 전쟁기록보관소에서 사실확인을 위해 몇 주 보냈으며 근 10년에 걸쳐 검증을 한 후 사학자들 사이에 ‘잊힌 전선Forgotten Front‘이라고 칭해지는 전쟁 속으로 걸어가 이 소설을 탄생시킵니다.

전쟁 막바지, 이탈리아 밀라노의 중심부인 산타 마리아 나센테 대성당 앞을 열일곱 살의 피노 렐라와 친구 카를레토, 두 살 어린 친동생 미모가 지나 가다 성당에 야간 조명등을 설치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피노는 호기심에 다가가 사제에게 그 이유를 묻는데 슈스터 추기경이 다가와 등화관제로 암흑인 밀라노에 성당을 나타내는 등을 달아 폭격기 조종사들에게 그곳이 500년 역사의 대성당이라는 사실을 알림으로서 무차별 폭탄투하의 공격으로부터 성당을 지키기 위함이라는 설명을 듣습니다.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군대와 히틀러의 나치가 함께 연합군을 상대로 이탈리아 주변에 방어 기지를 강화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라디오 방송을 통해 알고 있던 피노는 그제야 대성당과 삶의 터전인 밀라노가 공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하지만 아직 열일곱 살 소년은 그날 스칼라 극장 앞에서 만나 ‘안나‘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등화관제에도 집을 빠져나가 영화관에서 안나를 기다립니다. 안나는 나타나지 않았고, 극장은 폭격을 받아 아수라장이 되고 밀라노는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됩니다.

철없던 열일곱 살의 소년 피노 렐라가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군대를 무력화 시키고 이탈리아를 점령한 나치의 비밀경찰 게슈타포의 눈을 피해 이탈리아계 유태인들을 중립국인 스위스로 탈출시키는 어른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과 나라를 위해 가족, 특히 자신을 영웅이라 믿는 친동생 미모에게도 비밀로 한채 독일군에 자원 입대하여 ‘관찰자‘라는 암호명으로 활동했던 이야기, 운명 같은 사랑과 살아남은 피노 렐라가 직접 전해줬음에도 믿을 수 없다 고개를 젓게 만드는 이탈리아의 잊혀진 전쟁에 관한 이야기는 2022년 지금, 반복되고 있습니다. 6만여 명이 넘는 연합군 군인이 이탈리아를 해방시키기 위해 싸우다 죽었습니다. 14만여 명의 이탈리아인이 나치 점령 기간에 죽었습니다. 회색 옷을 입고 노예와 같이 전쟁에 필요한 군수물품들을 만들고 굴을 파고 참호를 파던 유태인들과 잡혀 온 저항군들은 굶어죽고 본보기를 위해 죽고, 이유 없이 죽었습니다. 이 암울한 이야기가 지금, 다시 반복 되고 있습니다.

과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면, 역사를 잊은 인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참담할 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두려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가 정식으로 선출 된 국가의 수장이라는 것입니다. 연합군과 적으로 싸운 그들 휘하의 중요 인물들은 전쟁이 끝나고도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보호받고 살아남았습니다.

이 책을 읽게 된 건 우연이지만 지금이라도 읽게 된 것은 필연 같습니다. 내 주변이 안전하다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너무 안일한 생각으로 강건너 불구경 하듯 비극의 역사속에 살면서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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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인간을 말하다 - 예술로 만나는 삶의 기쁨과 슬픔 전원경의 예술 3부작
전원경 지음 / 시공아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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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예술 작품이, 인간을 말한다.

얼마전 우주에 관한 강연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납니다. ‘우주‘하면 제일 먼저 어떤 것들이 떠오르세요? 하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 탐사, 우리은하 너머의 또다른 은하, 화성인과 같은 SF소설에 등장하는 외계인 등등 지구 밖의 세상을 ‘우주‘라고 답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도, 매일 보는 태양도 우주의 일부분이며 우연과 필연에 의해 지구상에 생명체가 나타났고 거듭된 진화의 과정에서 현생인류가, 지금의 문명을 가진 인류가 생겨났으니 우리가 우주인데 우주가 우주를 궁금해 하다니 신기하다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럼, 인간이 만든 예술이 인간을 말하는 것은 얼마나 더 신기 할지 이 책 [예술, 인간을 말하다] 속으로 풍덩 빠져 보겠습니다.

저자 전원경 님을 처음 알게 된 건 [클림트] 강연에서 였습니다. 황금으로 그 현란함을 뽐내는 작품과 대비 된 클림트의 소박하다 못해 기인에 가까운 모습이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는데 한 예술가의 인생 여정을 따라 가는 시리즈의 책 덕분에 작가와 시대와 작품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여행에 동행하게 되어 즐거웠던 기억이 오래 남았습니다.

이 책 [예술, 인간을 말하다]는 ‘예술 3부작‘의 마지막으로 작품으로 전작의 역사와 도시 같은 거대함은 사라지고, 예술이 그려내고 있는 평범하거나 비범하거나 천재거나 평이한 삶을 산 ‘인간‘의 사랑, 이별, 젊음, 우정, 노동, 여행, 집, 자연 등 우리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자유로운 이동과 여행이 금지 되던 시절에 우리를 그래도 살아남게 하고 살아가게 만든 것은 예술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백 년 전 전세계인구의 27퍼센트를 죽음으로 몰고간 스페인 독감이나 14세기 중기 유럽 전역을 강타한 페스트에서 인류가 살아남아 또 한번의 역경을 맞이해 암담하고 힘들 때, 멈춰진 일상을 위로 받고자 음악을 듣고, 단절 된 소통의 기회를 베란다에서 열리는 음악회로 서로를 응원하고, 영상속 가상세계를 통해 미술관을 방문하고, 지혜와 유머로 꽉찬 소설들과 거들떠도 안보았던 시집을 펼쳐보는 것이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는 말처럼 저에게 다가 왔습니다. 예술에 인간이 다가가기 시작하자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이 멘델스존에 의해 프로이센 국왕 빌렐름 4세의 탄생을 기념하는 연극 ‘한여름밤의 꿈‘으로 재탄생한 것과 같이, 신화를 영감의 원천으로 한 수 많은 작품들이 그림으로, 오페라로, 문학작품으로 탄생하고 같은 시대를 풍미하는 천재들의 라이벌 간의 경쟁에 흥미로운 평행이론을 발견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이유를 알아가는 재미 이외에도 치열하게 예술의 꽃을 피워나가야만 했던 여성들의 예술활동에 대해서도 다각적으로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재능있던 여성들이 ‘마녀‘로 몰려 제거 되었던 암울한 역사와 탐욕과 배신의 아이콘으로 낙인 찍히게 된 작가들의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사장되었던 시대상을 엿볼 수 있었으며, 아름다운 ‘누드화‘가 심미주의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신화와 인간을 잇는 장치로, 정치적 의도로, 때론 결혼 선물로 남다른 의미를 지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대의 사상과 철학이 가진 의식의 한계가 음악과 미술, 조각, 신학에 이르기까지 발자취를 남기고, 시대를 뛰어넘는 작가와 작품들이 당시엔 외면만 받다가 작품의 진면목을 알아봐 주는 사람과 시대를 만나야만 빛을 발하는 것과 같이 예술은 자신을 알아주는 이에게만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 준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기회였습니다.

깊고, 다양하고, 재밌는데 유익한 [예술, 인간을 말하다] 추천합니다. 싸움 구경하듯 라이벌 간의 살벌한 이야기도 재밌고 그런 천재들이 동시에 태어나는 우연도 운명인가 싶어 흥미롭습니다. 강추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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