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센티 더 가까워지는 선물보다 좋은 말
노구치 사토시 지음, 최화연 옮김 / 밀리언서재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이 참 부러웠습니다. 농담 하나를 해도 재밌어서 자석에 이끌리듯 사람을 주변에 모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좋은 뜻으로 한 말임에도 정적을 낳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50센티 더 가까워지는 선물보다 좋은 말]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책을 다 읽고 나니 제 자신이 부족했던 점이 무엇인지 보였습니다. 당연한 것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그건,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었습니다. 호감을 얻을 수 있는 기적의 대화법은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대화법이었습니다. 두 번째 만남이 더 기다려지는 사람이 되기 위한 첫걸음 또한 상대방의 말을 기억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차근차근 ‘선물보다 좋은 말‘들을 만나러 가 보겠습니다.

‘단번에 호감이 상승하는 기적의 대화법‘에 등장하는 대화를 읽으며 어쩜 그렇게 ‘대화‘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대화‘가 아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아는 지인이 ˝차 샀어˝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어떤 말을 건네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저는 아마 당연하다는 듯이 ‘무슨 종류의 차‘냐고 묻고, ‘가격‘을 묻고, ‘연비‘는 좋은지 물었을 것입니다. 이런 대화가 잘못 된 것은 아니지만 진정한 대화는 아니라는 걸 이번에 알았습니다. 대화하는 상대방도 이런 질문을 받으면 차종과 가격과 연비에 대한 단답식 대답만 나올 것입니다. 이런 대화를 ‘사물‘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대화법이라고 부른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는데 이런식의 대화는 ‘자꾸 만나고 싶어지는 사람 되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50센티 더 가까워지려면 어떤 대화법이 필요할까요? 약간은 자랑이 하고 싶은 상대방을 향해 ‘부럽다, 내 차도 바꿔야 하는데...‘라며 자기 얘기만 주구장창 한다면 상대방은 다음에 또 나와 대화를, 관심 있는 것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을까요? 역지사지가 되어 이런 사람과 한두번 말하다보면 거리두기를 실천하게 될 것 같습니다. 선물보다 좋은 말은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 입니다.

˝차가 생겼으니 여행도 다니고 즐거운 일도 많이 생기겠네.˝
˝가보고 싶은 곳은 어디야?˝
˝지난번에 꼭 가고 싶다고 했던 곳에도 갈 수 있겠구나.˝

상대가 전에 했던 말을 기억하는 것, 상대방을 주인공으로 만드는 대화법으로 호감을 쌓는 것, 대화를 한다는 것은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닌 ‘마음을 나누는 것‘. 친화력이 좋고 말을 잘해서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 것이 아닌 그만큼 상대방을 마음으로 대했기 때문에 진심이 통해서 다음에 또 만나고 싶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진다는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진리를 이제야 깨닫습니다.

[50센티 더 가까워지는 선물보다 좋은 말]은 읽다보면 왜 이걸 몰랐을까 싶어집니다. 읽고 바로 실천해 보니 상대방의 호감도가 달라지는 게 느껴집니다. ‘덕분에‘라는 단어 하나가, ‘늘‘ 고맙다는 표현이, ‘좋은 시간‘을 바라는 기원이 저 자신에게 기분 좋은 영향력을 되돌려 준다는 사실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선물보다 좋은 말‘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진짜 선물같은 책, [50센티 더 가까워지는 선물보다 좋은 말] 추천합니다. 상대방도 즐겁고 대화를 하는 나 역시 즐거워지는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찐으로.

*출판사 제공 도서

#50센티더가까워지는선물보다좋은말 #노구치사토시
#최화연_옮김 #밀리언서재
#대화법 #상대중심대화법 #대화의기술
#책추천 #책스타그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김사과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현역 작가 23인의 소설에 대한 생각이 엮여 나왔습니다.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집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에.

궁금했습니다. 소설가의 소설에 대한 생각들이.

그리고, 의외로 소설을 쓴다는 것이 정신적인 노동일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노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식사를 미루지 않듯 운동을 미루지 않아야만 한 줄이라도 더 쓸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나는 예전보다 더 소설 쓰기를 사랑하고 그보다 더 소설을 기다리지 않는다.‘(46쪽)라고 한 박민정 작가의 에세이 ‘나는 더 이상 소설을 기다리지 않는다‘를 통해서도 그렇고, 표제작인 오한기 작가의 에세이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에서 그야말로 암살자 같은 태도로 글을 쓰는 이유를 발견합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소설을 쓰는 아빠를 닮은 아이라면 당연히 책 읽는 것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책을 읽을 수 있을 나이가 되어서도 아이는 남이 읽어주는 책만 좋아한 덕분에 도저히 소설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짬이 조금이라도 나면 암살자가 타깃을 살해하기 위해 순식간에 칼을 휘두르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글을 쓴다는 작가님의 표현에 짠해집니다. 또 한편으론 첫 책이 출간된 걸 축하하는 아버지의 말씀 끝에 이런 얘기를 들은 정지돈 작가님, ˝그래, 고생했다. 그럼 이제 일을 해야지.˝...소설가가 직업이라고 말해도 ˝그치, 근데 내 말은 진짜 직업을 구하라고.˝(138쪽)라는 얘기를 듣고야 마는 작가님 심정이라니 아직 작가도 뭣도 아닌 일반 독자는 그저 부럽기 그지없지만 작가님의 답답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는 에세이였습니다.

소설가들의 일상을 엿보는 즐거움, 우리와는 다른 존재라 믿어왔던 ‘작가님‘들의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읽는 즐거움을 발견합니다. 여행을 가서도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설가, 내가 늙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점점 젊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소설가, 아무것도 쓰지 않는 소설가란 수당도 없이 초과 근무 중인 상태라 말하는 소설가, 처음부터 ‘써야만 한다‘로 시작해 마지막에도 ‘하지만, 써야만 한다‘로 끝맺는 소설가의 애절함을 만나니 이분들이 만들어낸 글을, 소설을, 책을 읽어줄 의무가 있음을 느낍니다.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를 통해 처음 글로 만나는 작가님은 찾아서 읽어볼 작가 목록에 올리고, 이미 소설이나 다른 에세이로 만났던 작가님들은 소설에 대한 생각을 알게 된 만큼 애정하는 마음을 듬뿍담아 한번 볼거 두번 보는 덕심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야겠습니다. 이 책은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충~분히 좋은 작가님과 책을 만날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책입니다. 알면 사랑하게 되는 것! 당연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소설엔마진이얼마나남을까 #현역작가23인의소설생각
#김사과외 #작가정신 #작가정신35주년기념에세이 #책추천
#책스타그램 #에세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이프가드
마윤제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미 최남단 파타고니아의 목동들 사이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존재 ‘웨나‘를 찾아다니는 이야기 [바람을 만드는 사람]과 동해안의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한 우정과 사랑에 관한 소설 [8월의 태양]을 통해 ‘마윤제‘라는 필명의 작가님을 만났고 오늘, 그의 단편소설 여덟 편이 실린 [라이프가드]를 읽었습니다.

첫번째 단편소설 ‘강(江)‘에서부터 마지막 여덟번째 단편소설 ‘전망 좋은 방‘까지 너무 다른 시간, 너무 다른 공간인데 단 한사람의 기억 같이 느껴집니다. 소설 ‘강‘에 등장하는 아버지의 장례식에 나타난 큰형은 새엄마가 데리고 왔던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 형입니다. 호적에도 오르지 못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태가 지났을 즈음해 아버지가 남매에게 통보하듯 새엄마가 올 거라는 얘기로 전해 준 존재와 함께 그들의 삶에 등장한 ‘큰형‘, ‘큰오빠‘는 살아있는 청개구리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는 마을 황 씨가 어느날 자신의 엄마가 가꾼 화단에 난입한 일을 계기로 황 씨의 세 아들들에게 끌려가 일방적인 폭행을 당하고 그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된 ‘나‘는 형의 도와달라는 눈빛을 외면하고 형은 그런 나를 향해 황 씨의 아들들을 시켜 자신을 폭행하게 했다며 분한 심정을 토로 합니다. 소설 ‘강‘에는 아픈 어머니가 흘러가는 강을 무심히 지켜보던 의자가 사라진 자리가, ‘도서관의 유령들‘에도 천변을 걸어가는 그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했는지 안했는지 명확하지 않아 도서관에서 자신이 빌려갔던 책들을 찾아내 흐르는 강물을 볼 수 있는 자신만의 자리에 앉아 미처 읽지 못했던 100여쪽을 읽는 동안 자정을 알리는 시계소리와 하나둘 나타나 도서관의 이곳저곳에 책을 찾아 읽는 존재들의 등장으로 마무리 되고, 표제작인 ‘라이프가드‘에 등장하는 바닷가 해수욕장과 술취한 엄마가 이끄는 곳으로 간단한 짐을 챙겨 늘 떠돌이 생활을 하는 열여섯 살 유지와 두 사람에게 가족이 되자 말하며 다가오는 남자와 딸 진희 이야기 등등 모든 곳에 강과 바다가 범람하고 비가 오고 삶과 죽음이 혼재 되어 있는 단편소설 여덟 편을 통해 낯선 지방도로를 이정표도 목적지도 없이 달리는 기분으로 내내 읽었습니다. 이 문의 뒤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데 또 열어보지 못하면 궁금해 미칠 것 같은 심정으로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읽어가다 어쩌면 소설은 이미 끝났고 꿈을 꾸는 게 아닐까 고민도 해 봅니다.

타인의 삶을 글로 읽는다는 것, 더욱이 단편소설에 실린 단면적인 삶을 통해 그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을 상상한다는 것, 읽어보지 못한 W. G. 제발트의 [토성의 고리]를 궁금해 하는 것, 어쩌면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두 다리에 시멘트 덩어리를 달고 바닷속에 가라앉은 존재가 진실일 수 있다는 것, 비와 낭만의 시간 곁을 누군가는 슬픔과 아픔으로 통과하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게 만드는 마윤제 작가님 세상에 잠시 링크 되어 모험을 하고 온 기분 입니다. 최근에 읽은 소설들과는 달라서 새로웠습니다. 마윤제 월드 입성을 추천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라이프가드 #마윤제 #소설집 #특별한서재
#단편소설 #책추천 #책스타그램 #한국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