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면 죽는다 총총 시리즈
황선우.김혼비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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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업무 때문에 쓰는 이메일을 제외하면 편지를 쓴 적이 언제였나 싶어집니다. 문학동네 서간에세이 시리즈 ‘총총‘은 그런 의미에서 낯설지만 다른 이들의 편지를 읽어보는 흥분됨 또한 있습니다. 황선우 작가님의 리코더 연주를 시청하게 된 건 어느 크리스마스 이브날 저녁이었습니다. 김하나 작가님과의 우크렐라 연주와 토크, 그리고 와인이 곁들어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보며 참 멋지게 사시는 분들이구나 싶었습니다.

조심스럽게 ‘혼비씨에게.‘ 라며 상대방을 호칭하는 글로 시작 된 편지를 쓴 황선우 작가님, 이에 대답하듯 ‘선우씨, 저에게 왜 이러시는 건가요......‘로 시작되는 답장으로 나름 여유로운 김혼비 작가님의 편지를 읽으며 서로가 서로에게 애정하는 마음이 있으면 내 얘기를 해도 상대 또한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지난 1년간 오고간 편지는 각자 열 통에 지나지 않지만 평생 장염에 걸린 적이 없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평생 열 통의 편지 조차 받지 못한 사람도 있지 싶어 편지의 오고감이 부럽기도 하고 처음의 서먹함이 친근함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직관한 느낌에 원인 모를 뿌듯함도 느꼈습니다.

팬데믹이 지나가는 시간이었고, 앤데믹이 선언 되기까지의 과정을 마주한 두 분의 글에는 즐거움도 가득하고 그 즐거움 못지 않게 슬픔과 아픔과 잊지 못할 애도의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되는 수영장에서, 10년은 걸려야 선배들 만큼이나 시합을 할 수 있다는 탁구장까지 서로 다르지만 그만큼 같은 두 분의 편지를 읽으며 이렇게 위로 하는 방법도 있구나, 진심이란 이런 얼굴을 하고 있구나, 리코더로 마음의 수련을 하듯 어떤이(김혼비 작가님?)는 목탁을 두드려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구나...하면서 속으로 현악기인 우크렐라의 김하나 작가님, 관악기 리코더는 황선우 작가님, 타악기(?) 목탁을 두드리는 김혼비 작가님을 상상했는데 책에도 이런 모임 얘기가 나와서 신기해 하며 내적 기대감에 소리도 질렀습니다.

배부르고, 편안한 삶은 멀리 해야 한다는 군자의 행동지침을 읽고는 ‘군자비추‘라는 사자성어를, 2030년 줄어드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자도 임신할 수 있는 기발한 발명이 이뤄져 그토록 대를 이어갈 자손을 바라는 남자가 직접 아이를 낳게 된다는, 상상만으로도 복수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소설과 연결해 유교의 상징적 인물 공자를 향해 ‘임신강추‘라는 글로 끝맺음 한 편지 덕분에 배꼽이 빠지게 웃었습니다. 솔직한 실수담, 번아웃과 웅변학원을 다녔지만 당황하면 하고 싶은 말을 못해 두고두고 속앓이를 하는 자신을, 보이지 않게만 조심스럽게 실력이 늘고 있는 탁구에 대해 편지에 솔직하게 쓰여진 이야기 덕분에 책 제목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를 이해하니 이제야 내려놓을 줄 아는 게 왜 중요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만 총총.
황선우, 김혼비, 두 분의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를 꼭 읽어보시라 추천하며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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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간에세이 #총총시리즈 #완독 #책추천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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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6
문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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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 Ding‘이라는 글자와 꼬리를 문 뱀인가 싶다가 숲인가 싶은 표지, 그리고 서핑이라는 단어가 문진영의 소설 [딩]으로 저를 초대했습니다.

K마을은 20여 년 전 유명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가 많았으나 지금은 시들해 졌고, 오히려 서핑을 즐기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에서 버스로 세 시간 반을 타고가 마을까지 다른 버스를 타고 30분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지라 커다란 배낭을 멘 지원을 눈여겨 보는 마을사람들은 없습니다.

지원이 이 마을에 온 것은 숙제를 하기 위해서 입니다. 홀로 암투병 생활을 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집이자 자신의 유년시절이 담긴 집, 어머니의 유품을 태운 뒷마당이 안방 창문을 통해 보이는 그 집을 정리하기 위해. 열여섯 살, 어떻게든 그곳을 떠나기 위해 발버둥쳤던 자신을 다시 붙잡고 있는 집을 완전히 떠나보내기 위해 이곳을 찾아 온 것입니다. 생선 눈알을 제일 기쁘게 드시던 아버지와 눈알이 빠진 생선의 빈 공간으로 인해 바닷가에서 자랐으나 생선을 더이상 먹지 못하는 지원 입니다. 이렇게 된 계기는 아버지의 배 그물에 걸린 4.8미터짜리 밍크고래의 주검을 껴안고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 아버지를 봤기 때문이고, 죽은 고래의 눈과 또다시 눈알이 사라지면 생겨날 구멍에서 우굴거릴 무엇인가를 상상한 그때부터였습니다.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가 공존하는 고향 마을, 그리고 등대에 누군가 놓고 간 귤, 그 귤을 발견하고는 여전히 고향을 지키고 있는 친구 주미를 떠올립니다.

지금은 호텔 카리브로 바뀐 ‘모텔 카리브‘는 주미의 집이자 부모님의 생계수단 입니다. 어릴적 친구인 지원을 그녀의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오랫만에 만났습니다. 도시로, 서울로 떠난 친구들이 한때는 부러웠으나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부모의 일을 돕는 것이 당연시 되었던 그땐 고향에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가을, 혼자 여행 온 남자 손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음부터 비어있던 그 방에 꼭 머물고 싶다는 하와이에서 온 손님, 재인이 등장하고 망설이던 주미가 그녀에게 401호 키를 맡기면, 드디어 소설의 제목인 ‘딩‘이 등장합니다.

‘Ding‘, 보드에 뭔가가 부딪혀 상처가 났을 때 부르는 말과 베트남 노동자 쑤언, 얼마전 숙소로 이용하던 컨테이너박스에서 발생한 화재로 죽은 방글라데시 외국인 노동자 마수드, 모텔앞 주차장에 설치 된 영식 아저씨의 포장마차, 그리고 그곳에 지원과 주미가, 근처 카페에서 일을 하게 된 재인이 시차를 두고 모여들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에 ‘딩 난‘ 곳을 보여주기도 하고 치료하기도 하며 외면하기도 합니다.

‘딩‘이 났다는 건 거친 파도에 상처 입은 서핑보드처럼,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나갔다는 의미 입니다. 마냥 두려워 외면 할 수도 있었지만 상처가 나면 나는데로, 거칠어진 흔적들을 어쩌면 훈장처럼 달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설 [딩]에서 만났고, 그들이 간직한 따뜻하고 환한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힘들 때도, 즐거울 때도, 젊거나 나이들었다고 느낄 때에도 [딩]을 한번 읽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당신의 삶에 난 ‘딩‘을 응원합니다.

#딩 #문진영 #현대문학 #소설 #한국소설 #PIN시리즈
#완독 #책수천 #책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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