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46
문진영 지음 / 현대문학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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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 Ding‘이라는 글자와 꼬리를 문 뱀인가 싶다가 숲인가 싶은 표지, 그리고 서핑이라는 단어가 문진영의 소설 [딩]으로 저를 초대했습니다.

K마을은 20여 년 전 유명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가 많았으나 지금은 시들해 졌고, 오히려 서핑을 즐기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에서 버스로 세 시간 반을 타고가 마을까지 다른 버스를 타고 30분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지라 커다란 배낭을 멘 지원을 눈여겨 보는 마을사람들은 없습니다.

지원이 이 마을에 온 것은 숙제를 하기 위해서 입니다. 홀로 암투병 생활을 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집이자 자신의 유년시절이 담긴 집, 어머니의 유품을 태운 뒷마당이 안방 창문을 통해 보이는 그 집을 정리하기 위해. 열여섯 살, 어떻게든 그곳을 떠나기 위해 발버둥쳤던 자신을 다시 붙잡고 있는 집을 완전히 떠나보내기 위해 이곳을 찾아 온 것입니다. 생선 눈알을 제일 기쁘게 드시던 아버지와 눈알이 빠진 생선의 빈 공간으로 인해 바닷가에서 자랐으나 생선을 더이상 먹지 못하는 지원 입니다. 이렇게 된 계기는 아버지의 배 그물에 걸린 4.8미터짜리 밍크고래의 주검을 껴안고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는 아버지를 봤기 때문이고, 죽은 고래의 눈과 또다시 눈알이 사라지면 생겨날 구멍에서 우굴거릴 무엇인가를 상상한 그때부터였습니다. 하얀 등대와 빨간 등대가 공존하는 고향 마을, 그리고 등대에 누군가 놓고 간 귤, 그 귤을 발견하고는 여전히 고향을 지키고 있는 친구 주미를 떠올립니다.

지금은 호텔 카리브로 바뀐 ‘모텔 카리브‘는 주미의 집이자 부모님의 생계수단 입니다. 어릴적 친구인 지원을 그녀의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오랫만에 만났습니다. 도시로, 서울로 떠난 친구들이 한때는 부러웠으나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부모의 일을 돕는 것이 당연시 되었던 그땐 고향에 남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가을, 혼자 여행 온 남자 손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음부터 비어있던 그 방에 꼭 머물고 싶다는 하와이에서 온 손님, 재인이 등장하고 망설이던 주미가 그녀에게 401호 키를 맡기면, 드디어 소설의 제목인 ‘딩‘이 등장합니다.

‘Ding‘, 보드에 뭔가가 부딪혀 상처가 났을 때 부르는 말과 베트남 노동자 쑤언, 얼마전 숙소로 이용하던 컨테이너박스에서 발생한 화재로 죽은 방글라데시 외국인 노동자 마수드, 모텔앞 주차장에 설치 된 영식 아저씨의 포장마차, 그리고 그곳에 지원과 주미가, 근처 카페에서 일을 하게 된 재인이 시차를 두고 모여들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삶에 ‘딩 난‘ 곳을 보여주기도 하고 치료하기도 하며 외면하기도 합니다.

‘딩‘이 났다는 건 거친 파도에 상처 입은 서핑보드처럼,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나갔다는 의미 입니다. 마냥 두려워 외면 할 수도 있었지만 상처가 나면 나는데로, 거칠어진 흔적들을 어쩌면 훈장처럼 달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소설 [딩]에서 만났고, 그들이 간직한 따뜻하고 환한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힘들 때도, 즐거울 때도, 젊거나 나이들었다고 느낄 때에도 [딩]을 한번 읽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당신의 삶에 난 ‘딩‘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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