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겨야 할 것, 챙겨야 할 사람, 챙겨야 할 모든 감정들에서 벗어나 오직 나 자신만이 남겨진 시간과 공간이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 P27
현존하는 펭귄 가운데 두 번째로 큰 킹펭귄은 남대서양 사우스조지아섬에 무리를 이뤄 살아서 세종 기지에 나타날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모든 생명체에게는 각자의 사정과 사연이 있을 터이므로 그 킹펭귄은 남위 62도 13분까지 내려왔고 세종 기지 선착장 위에서 ‘펭생‘의 무게를 짊어진 지친 뒤모습을 기지 대원들에게 들켰다. - P103
아침에 일어나니 유빙이 기지 해안가까지 몰려와 있었다. 하얀 포말과 함께 해안을 채우고 있는 얼음들, 앞으로 미는 파도의 힘에 엉거주춤 지상으로 잠시 올라와 앉는 덩어리들. 내 방은 유빙 무리가 잘 보이는 쪽이었고 아침마다 그 풍경을 바라보자면 나조차 투명해지는 느낌이었다. - P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