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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폴론 저축은행 - 라이프 앤드 데스 단편집
차무진 지음 / 요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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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책을 읽게 된 건 우연일까 싶어졌습니다. 미래의 나에게 주어질 돈을 현재 끌어다 쓸 수 있다는 말에 10억이라는 큰돈을 손에 쥐고 행복해 하는 사람이 실제로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폴론 저축은행‘은 그런 곳입니다. 평범한 나에게 미래에 생길 10억이란 행운인 동시에 누군가의 목숨값 일 수도 있다는 걸 벼랑 끝에 선 이는 절대 떠올릴 수 없다는 사실을 곱씹게 만드는 그런 곳입니다.

‘라이프 앤드 데스‘, 삶과 죽음 사이엔 명확한 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산 자의 시선에서의 선 일뿐 입니다. 누구도 죽음 너머에서도 그 선이 명확한지 확인해 줄 사람이 없으니 우린 늘 산 자의 편에 서서 죽은자의 세상을 그려봅니다.

차무진의 [아폴론 저축은행]에 실려 있는 여덟 편의 소설들은 제각각 입니다. 시대도, 화자도, 성별도, 나이도, 장소도. 특히 ‘마포대교의 노파‘에서 사십 대 중반의 마포서 용강지구대 박 경사와 성북서에서 막 전근을 온 김 순경, 그들이 밤마다 지켜야 하는 마포대교에서의 죽음은 도시 전설을 떠올리게 했고 소설의 제목처럼 마포대교의 노파는 그 길을 걷는 이들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밥은 먹고 다니냐?‘라고, 검은 옷에 단 장미 브로치가 빛나고 김 순경은 볼 수 없던 노파를 박 경사의 손을 잡은 날 볼 수 있었습니다. 소설이 끝났을 때 이들을 다리에 잡아두고 있는 게 무엇일까 그들을 떠올리는 사람들의 기억일까 아니면 그들이 뛰어내리게 만든 상황일까를 무한반복하며 다시한번 삶과 죽음의 경계에 그어진 선을 떠올려 봅니다.

‘상사화당‘의 꽃무릇이 흐드러지게 그려진 커다란 옹기안에서 만들어진 굶주린 어린아이의 귀매혼은 안쓰럽고, ‘서모라의 밤‘엔 황제 조차 홀렸다는 떡볶이가 타임머신을 타고 오고가고, ‘비형도‘의 꿈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에서 멈췄는지 그곳이 경주의 어느 산속 게스트하우스였는지 끝까지 궁금해지고, ‘이중 선율‘의 노인이 있어 사연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니 설움과 한 많은 귀신들이 갈 곳으로 갔구나 싶어집니다. 마지막 소설 ‘피, 소나기‘는 제목에서 눈치챘습니다. 황순원의 ‘소나기‘ 속 소년과 소녀 이야기라는 걸...그러나 이렇게 비틀린 시선의 이야기가 검고 질퍽한 첫사랑을 품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아집의 귀신들이 자신들이 깃들 인간들을 사냥하고 있습니다. 기묘한 이야기에 물들어 어쩌면 늪지로 걸어가고 있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여덟 개의 서로다른 길을 이 책 한 권에서 만났습니다. 결코 보통 사람은 가보지 못하는 길을 말입니다. 공포와 미스터리와 스릴러, 설화와 도시 전설이 아우러진 [아폴론 저축은행]에 초대 합니다. 한번 맛을 보면 아마도 ‘차무진‘의 결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입니다. 이것만은 꼭 기억하시고 어서오세요. 이 글을 읽었다면 이미 결계 안에 들어섰다는 걸.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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