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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김윤태 지음 / 북오션 / 2022년 10월
평점 :
가장 아픈 사랑은 이유조차 모르고, 헤어짐의 인사도 없이 뚝 잘린 이별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할 수 없을지 두 사람의 뒷모습이 그려진 표지부터 읽기 시작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비로소 홀로 남은 이의 뒷모습을 재발견 하는 이 소설은 이렇게 시작 됩니다.
벚꽃잎이 마치 봄에 내리는 눈처럼 휘날리는 날, 하교 중인 고등학교 3학년 석태를 향해 처음 보는 여자 아이가 벚꽃과 함께 자신의 사진을 좀 찍어 달라며 말을 걸어 옵니다. 예쁘장한 외모의 아이는 친근하게 아는체를 하는데 석태는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의 부탁에 얼떨결에 카메라 버튼을 누르지만 마구잡이 입니다. 석태를 아는 것처럼 대하는 아이는 건성으로 찍힌 사진에 타박을 하고는 사진을 찍는 법을 알려준다며 같이 찍자고, 예쁜 나와 함께 사진 찍는 영광을 하사한다는 듯 굴고는 내일을 기약하며 제 갈길을 가버립니다. 당혹스런 석태가 그 아이, 소미를 만난 건 진짜로 다음날이었습니다. 2학년 때 전학 왔다가 사정이 생겨 3학년이 되어서야 다시 학교에 오게 되었다는 소미가 감추고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석태와는 어떤 인연이 있었을지, 가장 행복한 순간에 다가온 불행의 그림자의 정체는 무엇인지, 작가 본인이 회사에서 팀장과의 불화로 퇴사를 준비하며 쓴 소설이라는 말로 시작 된 이 소설에 진짜로 석태가 ‘중소 인간‘으로 성장해 다니고 있는 회사에 등장하는 낙하산 팀장과의 불화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을 담고 있는지 온통 궁금해 할 때 그렇게 찾아도 찾을 수 없었던 소미가 장애인 특별 채용 되어 등장합니다.
얼굴의 상처 뿐만 아니라 왼손 새끼 손가락마저 태어날 때부터 없던 것처럼 사라진 소미의 이야기는 강초롱이라는 이름으로 자라던 여섯 살, 열 살, 그리고 이소미가 되어 가족을 만나는 열일곱 살, 석태와 재회하는 열여덟 살로 이어지고, 석태는 기억조차 못하는 어린 시절의 작은 불씨가 소미를 살리는 동시에 소미와 석태에게 올가미를 씌웠다는 걸 그 누구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하지만 이또한 그것이 진짜 석태와 소미의 기억인지, 환상인지, 질환인지 온통 모호하게 소설은 닫혀버립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을 절절한 로맨스보다는 ‘광기와 우연이 만든 불행의 역사‘라고, 첫사랑을 못 잊는 건 그 시절의 나 자신을 그리워하는 것 뿐이라고, 벚꽃이 아마도 그날 마법을 부린것 뿐이라고, 채워지지 않는 허기와 같은 결말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온전하지 않은 이별에 아파하던 석태처럼 독자인 저 역시 밀실로 알고 있던 공간의 그림자 너머가 어둠으로 가장 된 뻥 뚫린 허공이었음을 허탈하게 바라보는 심정입니다.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아마도 특이한 경험을 선물 받았다 말했을 것입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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