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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2.겨울호 - 76호
장우석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2년 12월
평점 :
계간 미스터리 출간 20주년 기념호의 피날레 [계간 미스터리 2022 겨울호]까지 지난 1년동안 발행 된 네 권의 [계간 미스터리]를 모두 읽어봤습니다. 처음엔 ‘장르‘의 호불호에 따른 호기심의 차이로 신인상 작품들은 손꼽아 기다렸다가 읽고, 잘 모르는 문학평론 부분은 어렵네...하고는 그저 ‘읽었다‘는 것에 만족했는데 계절이 바뀌고 계간 미스터리를 읽는 회차가 늘어나면서 같은 ‘미스터리‘의 이름을 달고 있어도 각기 다른 장르와의 결합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맛이 생겨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022년 겨울호에는 늘 재밌게 믿고 보는 박소해 작가님의 제주도 좌승주 형사 연작 중 한편인 ‘8월 손님‘이 실려 있습니다. 제주도 한달살이가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고 또 우리 사회를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그 사건‘도 있었어서 정말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제주도 방언들을 눈으로 읽으며 외국어도 아닌데 이렇게 낯설 일인가 싶다가 어느새 표준어에 익숙해진 대다수의 사람의 입장에서 살아왔기에 당연하다 여겼던 소설들에 등장하는 표현들이 사투리를 쓰는 이들에겐 얼마나 낯설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익숙한 것에 대한 자각이었고, 소설에 등장하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단의 선택을 하는 부모가 어린 자녀들까지 죽음으로 몰아가는 사건들 역시 주변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그런 안타까운 선택은 방지할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8월 손님‘엔 비관으로 인한 죽음 이외에도 계획된 살인 사건까지 추가 되니 그 먹먹함이 이루 말 할 수 없었습니다. 역시 박소해 작가님.
신인상 수상작은 유재이 작가의 ‘검은 눈물‘ 입니다. 그저 일반 독자인 제가 읽어도 너무나 잘 짜여진 소설이라 단숨에 읽혔습니다. 어느날 전남편이 보낸 편지를 받은 ‘은영 엄마‘ 영희의 시선과 나래이션, 편지글로 소설은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은영이의 죽음에 얽힌 사연을 이야기 합니다. 학교폭력의 피해자와 그런 자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 부모의 참담함이 전해지는 것 같아 무서우면서도 읽어보게 만들었습니다. 먹물로 유린 되듯 희화 된 딸의 죽음, 가해자들이 사회에 발을 딛는 순간 그들의 과거를 폭로하는 방식으로 나름의 복수를 해온 전남편이 고백하는 그 사건의 전말은 생각지도 못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비정한 세상, 그리고 나름의 추모. 떠난 이보다 남겨진 사람의 힘겨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소설에 함께 분노하고 화도 내고 탄식도 해 봅니다.
문학에서 장르가 파괴 되고 다양한 시도들이 등장하는 만큼 ‘미스터리‘와 ‘추리‘는 단순한 상상력의 산물이기 보다 논리적이고 수학적인 과정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수학자 장우석의 글‘을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소설 [재수사]의 장강명 작가와의 인터뷰는 생생하고, 요네자와 호노부의 역사 미스터리 [흑뢰성] 분석을 읽으며 이런 책을 이렇게 읽는 것도 방법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겨울이 깊어 가는 만큼 [계간 미스터리]는 유혹의 손짓을 합니다. 아는 맛이 무섭다고 벌써 다음 계절에 선보일 [계간 미스터리 2023 봄호]가 기대 됩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추천 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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