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이올린 색채 3부작
막상스 페르민 지음, 임선기 옮김 / 난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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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우연히 인쇄소의 기계가 돌아가는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심해를 품고 있는 바다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색감의 그 무엇이 저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막상스 페르민의 소설 [검은 바이올린]의 검은 표지를 감싸는 띠지가 인쇄 되는 장면 때문에 이 책의 등장을 알게 되었습니다.

요하네스 카렐스키는 다섯 살 때 우연히 광장에서 집시 남자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게 되고 음악가들의 영혼들의 나라의 일원이 됩니다. 일곱 살에는 성당에서 처음으로 바이올린 연주를 하고 자신의 소명이 오페라를 만드는 일임을 깨닫습니다. 그후 요하네스는 십 년 동안 명성은 높아졌으나 오페라는 만들 시간이 없었습니다. 열일곱 살이 되던 해 어머니의 죽음 이후로 요하네스는 파리에 정착해 자선음악회에서만 연주를 하며 오페라 만드는 일에 몰두하려 합니다. 그의 예술이 완숙해졌다고 평가 받게 되는 서른한 살 때 본격적인 오페라 만들기 작업을 하려했으나 그는 전쟁에 소집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탈리아 원정대를 이끄는 나폴레옹 장군의 휘하에 들어 간 요하네스의 전쟁은 2주로 끝이 났습니다. 총검에 의해 복부에 큰 상처를 입고 아군도 적군도 모두 떠난 전쟁터에 버려지듯 놓인 요하네스는 그때 그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그의 꿈에 나타나는 유일한 사랑의 대상, 검은 여왕. 군의관에 의해 내일이면 죽을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지만 그는 살아남았고 다시 자신이 싸우던 부대로 복귀해 낡은 바이올린으로 동료들을 위로하고 때론 죽음에 다다른 이들을 위해 연주를 하지만 어느날 바이올린은 처참히 부서져 있었고, 1797년 5월 16일 프랑스 군대가 베네치아에 입성하면서 그도 에라스무스라는 노인이 주인으로 있는 집에 거처를 정하게 됩니다. 에라스무스는 바이올린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그에겐 세가지 자랑거리가 있습니다. 그가 만든 검은 바이올린과 신기한 장기판, 직접 만든 오래된 증류주 한 병 입니다. 그리고 집 주인 노인 에라스무스는 어쩌면 유일한 요하네스의 검은 여왕을 이해하는 단 한 사람입니다.

‘인간의 목소리와 닮은 소리를 내는 악기는 단 하나야. 바이올린이지‘(88쪽)

현실과 꿈에서 전쟁에 참여 중인 요하네스는 오페라를 만들고 있습니다. 노트에 적은 오페라 악보는 백육십칠 쪽에 달하고 음표는 쉼표를 제외하고 만 칠천육백스물 세 개에 이르지만 적고 고친 이 모든 것은 실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일곱 번을 썼으나 일곱 번 모두 사라지고 없습니다. 검은 바이올린이 삼킨 프리마돈나의 목소리 처럼, 에라스무스 역시 알 수 없는 병에 걸리고 노인은 말을 잃습니다.

흑단으로 만들어진 검은 바이올린에 얽힌 사랑과 예술에 관한 소설 [검은 바이올린]을 통해 작가 막상스 페르민은 ‘인생에서 단 한 번 행복한 것보다 비참한 것은 없네.‘(62쪽)라며 무엇이든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유해야만 행복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욕망의 대상에 사로잡혀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짧지만 강렬하고, 천재와 광기 어린 예술가의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인물들과의 꿈 같은 만남이 검은 표지 그 안쪽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땐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던 소설이 재독을 하면서 이제야 눈에 들어옵니다. 깊은 계절에 읽어볼 것을 추천 합니다. 한겨울이든, 한여름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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