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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더링 하이츠 ㅣ 클래식 라이브러리 4
에밀리 브론테 지음, 윤교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평점 :
십대 시절에 읽은 고전소설 중에서 주인공의 이름이 기억에 남는 책을 고르라고 하면 당연히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이였습니다. 폭풍이 몰아치는 밤에 들려오는 캐서린의 목소리와 이에 오열하는 히스클리프. 내용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이름만 들어도 애잔하고 슬픈 기분이 밀려 오는 그런 소설이었는데 이번에 아르테 클래식 라이브러리 시리즈 네 번째 소설 [워더링 하이츠]에서 만난 히스클리프는 제 유년시절의 기억들을 산산조각 내고 말았습니다.
소설은 1801년, 한적하고 황량한 곳을 찾아 여행을 온 록우드 씨의 약간은 호들갑스러움으로 시작 됩니다.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에 한동안 세 들어 살게 된 록우드는 집주인인 히스클리프 씨를 만나기 위해 그가 살고 있는 ‘워더링 하이츠‘로 찾아 갑니다. 그곳에서 만난 젊은 여인에 대해 궁금했던 차에 자신이 지금 머물고 있는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 저택에 살던 남매와 워더링 하이츠에 살던 남매, 그리고 어느 날 리버풀에 다녀오겠다던 캐서린의 아버지가 아이들이 사달라고 조른 선물이 망가지도록 품에 챙겨 온 부모가 누구인지 모르는 히스클리프까지 서로 얽힌 사랑과 복수(?)의 이야기가 3대에 걸쳐 그야말로 폭풍처럼 이들의 삶을 휘몰아쳤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려 주는 사람은 이곳에서 18년 동안 언쇼 가와 린턴 가의 아이들이 자라고 결혼을 하고 사별을 하고 다시 아이를 낳는 모습을 보아 온 가정부 넬리(딘 부인) 입니다. 소설엔 기억하고 있던 절절한 로맨스는 꿈이었던가 싶게 사라졌고 잔인하다 싶을 정도로 사랑을 모르면서 사랑을 한 ‘히스클리프‘만 존재했습니다.
지금 [워더링 하이츠]를 읽는 전, ‘폭풍의 언덕‘을 읽던 그 시절의 저와는 다른 사람이 되었음을 깨닫습니다. 시간이 그만큼 흘렀고, 알게 된 것도, 지금은 기억을 못하는 그 시절만의 정신세계도 있었을 테니 연속적으로 존재로는 동일한 사람이지만 그 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다른 사람입니다. 같은 소설을 이해하는 폭도 달라졌고, 그 땐 미처 읽지 못한 행간에 숨겨진 차별과 기만 등등이 이제는 보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만 가벼운 열병으로도 사람이 죽어나가던 시절이었고 신분 사회였기에 주인의 폭력이 당연시 되던 시대였습니다.
작가 에밀리 브론테의 삶에 대해서도, 특히 브론테 자매들의 유명세는 알았지만 그녀들이 막 서른 살이 되어 모두 죽었다는 것도, 여섯 남매가 남긴 자녀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도 이번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소설 [워더링 하이츠]는 그 시대를 박제하여 핀으로 꽂아 놓은 것만 같습니다. 그림자 진 그 시절의 영국을 그대로 시간 안에 가둬둔 것만 같습니다. 고전을 읽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발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추천 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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