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안부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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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눈부신 안부]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굉장히 혼란스러웠습니다. K.H. 이니셜의 주인공에 대해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단편소설이었다면 다른 소설집이나 작품상 수상집에서 읽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장편소설의 마지막 부분만 이렇게 또렷하게 기억에 남은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책과 함께 부록으로 구매한 코멘터리 북 안에서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하던 소설이라는 글을 발견하자마자 정말 거짓말처럼 계간지에 연재 된 이 소설의 완결편이 어느 위치에 실려져 있었는지까지 기억이 났습니다.

열세 살이 된 겨울부터 열다섯 살이 된 겨울까지 독일에서 살다 다시 귀국해야만 했던 해미의 눈으로 쓰여진 과거의 이야기와 어느 날 우연히 헝가리 출신 사진작가의 전시회장에서 10여 년 만에 재회하게 된 우재와의 현재의 만남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교차하며 소설은 아픈 과거의 시간으로, 잊고 있던 추억속으로, 놓치고 있던 인연의 그 단단하고도 찬란한 계절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해미는 기자 생활을 하다 퇴사를 했습니다. 이사와 전학과 사고와 독일로의 떠남과 다시 돌아와 힘들었던 시간을 겪은 해미가 10여 년 전 대학에 막 입학해 한적해 보이는 문학 동아리에서 들어가 처음 만났던 우재는 약대를 나와 약사가 되었습니다. 우재는 고향인 제주도에 약국을 새로 열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우연히 해미와 재회한 우재가 동아리 종강 엠티를 제주도에서 했을 때 단둘이 바닷가를 산책하며 나눴던 이야기를 꺼내며 ‘언젠가 그럴 마음이 생겨서 정말로 글을 쓰는 날이 온다면 이모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했던 해미의 말을 들려줍니다. 이를 계기로 해미는 독일에 정착해 살고 있는 이모를 떠올리고, 이모와 같은 파독간호사로 고국을 떠나 외로운 이국의 땅에서 살아가던 이모들을 떠올립니다. 2남 2녀의 막내인 엄마는 이모를 늘 큰언니라고 불렀습니다. 스물한 살 나이에 독일로 파견 된 간호조무사, 간호사로 떠났다가 차별과 무시를 극복하고 의사까지 되어 독일에 정착해 살고 있는 이모가 있어 해미에게도, 엄마에게도 너무나 비극적인 사건이 터졌을 때 괴로운 사연이 깃든 서울을 떠나 그곳 독일에서 고통과 아픔, 슬픔을 마주할 용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파독 노동자 이모들의 딸과 아들인 레나와 한수를 통해. 아니, 한수가 뇌종양으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엄마를 위해 자신들을 버리고 귀국해버린 아버지 대신 엄마의 첫사랑 K.H.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부탁으로 시작 된 거짓말로 인해.

병으로 인해 예정 된 죽음도, 예고 없이 닥친 불행한 사고로 인한 죽음도 그 아픔과 슬픔의 무게는 다르게 보이지만 같습니다. 작고 소중한 마음에서 자라난 희망이 고통의 긴 터널을 걷는 이에겐 살아갈 힘이 되어 주듯이, 어쩌면 불가능하다 포기했을 그자리에 기적이 존재했음을 소설에서라도 발견할 수 있어 감동이었습니다. 정말 눈부신 안부 인사를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받은 만큼 또 다른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찬란한 안부 인사를 보내고 싶어집니다.

그대. 편안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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