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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눈뜰 때 ㅣ 소설Y
이윤하 지음, 송경아 옮김 / 창비 / 2023년 5월
평점 :
우리나라 지도를 동물로 표현할 때면 등장하는 호랑이의 모습은 여러가지 상상을 하게 만듭니다. 민화에 그려진 까치와 노는 호랑이나 나비와 장난치는 호랑이 모습과는 다르면서도 단군신화에 호랑이처럼 끈기가 없는 동물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고 여러 동화에 호랑이는 우애가 있다거나 효심이 있다는 식의 너무나 인간적인 면을 내비치기도 하고 신선이 타고 다니는 신수의 모습으로 또는 사방위를 지키는 신적 존재로 백호가 그려지기도 했기 때문에 호랑이는 가깝고도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먼 존재 입니다.
[호랑이가 눈뜰 때] 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하며 ‘세계가 먼저 주목한 K-스토리‘ 소설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주황 세빈, 생도, 1728-99746‘
용기 세계 주황 부족 출신의 호랑이령 세빈은 ‘천 개의 세계‘ 우주군 군인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특히 환 삼촌처럼 우주군 전함의 선장이 되는 것이 꿈인 세빈은 주황 부족의 가모장님의 막내 막내 손녀로 이제 열세 살이 되었습니다. 보통 우주군이 되기 위해선 열다섯 살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었으나 우주군 전함에 비상사태가 발생하고 그 원인이 주황 호랑이 부족인 환이 반역죄로 기소되어 체포 영장이 발부 된 상태인데 그가 사라져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는 연락과 함께 세빈에게 우주군 생도로 입대 허가를 알리는 편지가 동시에 도착한 것 입니다.
고블린과 천인이 존재하는 세계관에 한국어를 공용어로 쓰는 세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본모습은 호랑이인 주황 호랑이 부족과 상대방을 홀리는 기술을 쓰는 구미호와 그런 구미호의 유혹을 떨쳐내게 만들어 주는 무당 세나, 악한 영혼과 귀신에 대항하는 힘을 지닌 개 ‘삽사리‘ 등 한국 신화에 판타지와 모험이 어울어진 소설 [호랑이가 눈뜰 때]는 현재는 멀티버스 가상 세계에만 실현 가능한 존재들이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호랑이 만큼의 용맹스럽고 지혜로운 존재가 인간과 공존하는 날들을 그려보게 만듭니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기술이 존재하는 동시에 전통세계관의 한국인의 모습을 그대로 닮은 호랑이 부족이 등장하는 것은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가모 호랑이를 중심으로 똘똘뭉친 호랑이 부족, 우주선 선장인 삼촌에 대한 자긍심이 높았던 주황 세빈이 자신의 부족보다 우주군을 위한 생도가 될 것을 맹세하며 실상은 도망자 신세인 삼촌을 돕기 위해 나서지만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은 세빈이 상상했던 것 이상입니다.
[호랑이가 눈뜰 때]는 매우 한국적인 동시에 미래를 포함한 과거의 전통사상까지 가미 되어 있습니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나타내는 소설 이면서 그만큼 한계도 뚜렷해 보입니다. 앞으로 세계는 더욱 복잡해지고 인간이 다다르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단계에까지 발전하는 것이 자명한데 소설에서 그려지는 우주선이나 호랑이 부족의 모습은 주인공인 주황 세빈의 나이-열세 살-에 딱 맞는 수준이라 드라마 ‘도깨비‘와 ‘구미호전‘, ‘호텔 델루나‘에 등장하는 한국 전통의 신화, 민담, 구전 동화와 같은 퀄리티까지 다다르진 못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다만 ‘K-스토리‘ 의 대중화를 위한 시금석으로서 재밌는 실험작품이 탄생하지 않을까 점쳐보며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영상화 확정에 대해 기대감과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대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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