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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23일의 생존 기록
김지수 지음 / 담다 / 2023년 6월
평점 :
1년이 365일 이라는 건 쉽게 받아들여지는데 3923일이 10년이 넘는 기간이라는 건 계산을 해 본 뒤에나 실감합니다.
라디오 방송사에서 3년 가까이 일하다가 보건의료 전문분야를 전문적으로 취재하겠다는 결심이 서자 언론사 기자로 이직을 단행하고 연합뉴스 경력기자로 입사에 성공한 김지수 작가님은 입사 2년만에 자신의 이름을 건 생방송 ‘김지수의 건강 36.5‘의 진행자 이자, 인터뷰어, 취재하는 기자까지 하루의 시간을 10분, 30분 단위로 쪼개 생활 하며 원하는 것을 이루는 삶을 살았습니다. 너무 열심히, 살았던 것이 원인인지 중증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힘들 던 때에도 참고 견디면 이런 시련은 이겨 나갈 수 있다고 믿었고 자신이 보건의료와 관련 된 전문분야의 전문가들을 인터뷰하고 기사를 쓰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힘을 얻어 극복할 수 있다 자신했습니다.
매일 진행하는 생방송 때문에 풀메이컵에 정장 차림으로 출퇴근을 하는 20, 30대의 젊은 여자가 갑자기 찾아온 공황장애 전조증상을 느끼고 대중교통 시설안에서 비닐봉지를 입에 대고 불고 있으면 어떤 사람들은 측은하게 보기도 하고,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은 안쓰러워 하며 도움을 주려 하는데, 술을 먹고 토하는 것으로 오해를 한 사람들은 험한 말을 퍼붓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사자는 그들이 욕을 하건 머리채를 잡건 타인을 신경 쓸 여지가 없습니다. 숨을 쉬는 것 자체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공황장애의 단계를 넘어 공황 발작으로 가지 않도록 두려움 가득한 시간속에서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 어떻게든 이겨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할 뿐입니다.
그래서, 작가님이 3923일 동안 혼자 싸워 살아남았기에 [3923일의 생존 기록]이라는 책을 썼느냐하면 그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여행용 캐리어에 짐을 싸 서울로 올라와 시내의 한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 입원해 여름휴가 기간 동안 치료를 받았습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네 차례나. 얼굴이 알려지고 직접 인터뷰를 했던 전문의들이 포진해 있는 병원에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앓는 환자로 입원했을 때 걱정도 되었지만 나중엔 참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여러 이유로 망설이다 다소 늦기는 했지만 치료를 받았다는 것과 자신이 앓고 있는 병이 만약 더 빨리 발견했다면 완치도 가능한 병이라는 걸 알게 된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누군가의 아픈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은 힘든 경험 입니다. 처음에 이 책을 읽는 것에 주저했던 이유 중에는 실제로 저 자신이 이십 대에 중반에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쉴 수 없어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데다 그땐 그게 뭔지도, 치료를 받아하는 병이라는 것도 몰랐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된 까닭도 있습니다. 벌써 20년도 더 전의 일이라 그땐 정신건강의학 병동 근처에라도 갔다왔다고 하면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것으로 취급을 당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3923일의 생존 기록]과 같은 책을 통해 아프면 치료 받는 것이 옳다는 것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추천합니다. 삶에 정답은 없습니다. 아프면 쉬어가고, 치료 받고, 또 살아갑시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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