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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없는 여자와 도시 ㅣ 비비언 고닉 선집 2
비비언 고닉 지음, 박경선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월
평점 :
뉴욕에서 나고 자라 활동한 비평가이자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인 비비언 고닉의 두번째 선집 [짝 없는 여자와 도시]는 1970년대 뉴욕이라는 도시에 살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아웃사이더인 동시에 애착이 느껴지는 관찰자로서의 작가 또는 칼럼을 쓰는 기자의 시선이 깊게 베어 있습니다.
첫 선집 [사나운 애착]을 통해 처음 비비언 고닉의 문체를 만났을 땐 당황했습니다. 최근에 만난 아니 에르노의 작품들 만큼이나 자신을 드러내는 글을 쓰는 고닉이 유대인, 이민자, 도시하층민으로 문을 열면 바로 다른 집이 보이는 공동주택 생활에서도 강인하게 살아온 어머니와의 치열한 다툼과 애착에 관해 서슴없이 치부를 드러내는 것 같아 당황했고, 소설 보다 더 소설 같은 그 시절의 이야기들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려져 재밌으면서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를 ‘짝 없는 여자‘라 밝힌 고닉의 두번째 선집에 대해 기대감을 품었습니다. 치열한 싸움 구경이라니, 두근두근 하는 심정으로. 하지만 이번에도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물론 여전히 ‘짝 없는 여자‘ 그대로 였으나 고닉은 나이가 들었고 두번의 결혼과 두번의 이혼을 경험했고 여전히 엉뚱한 매력의 소유자인 어머니가 불쑥 등장해 웃음을 주기도 하지만 이 도시, 뉴욕의 거리를 20년 지기 레너드와 일주일에 한 번씩은 레너드의 동네나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만나 산책을 하고, 영화를 보고, 연극 또는 공연, 낭독회에도 가고 우정을 나누는 장면에 여성이라는 이유로의 차별, 소문으로 들리는 성정체성 때문에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소식에 대한 고닉의 견해, 실패한 사랑(결혼)에 대한 담담한 고백에 이어서 남편과 전우애가 생겨 헤어진 결말에 이르기까지 혼란과 진정상태가 오가다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그 시절의 작가들, 작품들을 만나면 바로 페미니스트인 고닉으로, 저널리스트인 고닉으로, 비평가이자 독보적 회고록 집필의 대가 고닉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 신문에서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100권을 읽은 사람은 100개의 창으로 세상을 본다.˝ (유영만 교수의 독서론).
‘짝 없는 여자‘ 비비언 고닉과 그녀의 영리한 게이 친구 레너드가 뉴욕을 산책하며 만나는 사람들, 작가들, 소문들 덕분에 [짝 없는 여자와 도시]에서 100권의 책을, 100개의 창을 만났습니다. 아마도 저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면 결코 읽어 볼 생각조차 못했을 작품들과 작가들을 소개받은 기분이 생경스럽지만 또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선집의 초반에 이미 조지 기싱의 소설 [짝 없는 여자들]에 대한 차용 표현이 있었으나 [짝 없는 여자와 도시]를 다 읽고 나서야, 다시 맨 앞에 출연하고, 중간중간 등장하고, 마지막에도 크게 의미를 부여한 조지 기싱의 소설을 찾아 보게 됩니다. 비비언 고닉도 아직은 낯선 작가인데 그런 작가가 언급한 책속의 작가 조지 기싱에 대해 느끼는 이 흥미로움과 기대감이라니 참 신기한 연결고리 같습니다.
두서 없지만 그만큼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비비언 고닉의 다음 선집이 기다려집니다. 제목이 [끝나지 않은 일: 만성 재독서가의 노트]라니. 벌써 군침이 돌고 있습니다. 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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