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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산양 - 한때 나의 전부였던 너에게
쉐타오 지음, 왕샤오샤오 그림, 정이립 옮김 / 책과이음 / 2023년 5월
평점 :
표지 투표 이벤트에 당첨되어 선물 받은 소중한 책 입니다. 아껴 읽고, 두번 세번 여러번 읽었습니다. 읽다보면 우연히라도 연못 근처에서 놀다가 아기 산양을 만나지 않을까 상상을 하면서. 커다란 연못은 없지만 졸졸졸 서울역사박물관 산책로에 흐르는 작은 물길에 꽃도 피고 나비도 날아드는데 어쩌면 산양도 대도시에 내려왔다가 잠시 길을 잃고 찾아오지 않을까 상상을 했습니다.
소년은 예전에 만난적이 있는 산양을 닮았다고 하고, 아기 산양은 먼 옛날 들판에서 우리가 만나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얼음으로 연못 주변이 얼어 먹이를 구하지 못한 아기 산양과 소년은 함께 길을 떠나 남서쪽으로 산을 몇 개나 지나쳐 숲을 통과하고 밤에는 구덩이에서 잠을 청합니다. 그렇게 돌아돌아 집으로 돌아 온 둘은 날씨가 따뜻해지자 한 겨울에 죽은 듯 보였던 풀들이 새로운 싹을 틔우는 것을 보고 지난해 가을 하늘에서 떨어진 콩새가 있는 울타리 옆으로 달려갑니다. 마른 풀들 사이로 다시 싹이 올라오는 것처럼 어쩌면 콩새도 깨어나지 않을까 기대를 품고.
오두막 너머, 너른 들판의 풀들은 모두 아기 산양의 것입니다. 봄과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면 당도가 오른 마른 풀을 먹고 산과일로 식후 디저트를 삼지만 겨울이 오면 또다시 배가 고파 눈밭을 파헤치고 꽁꽁 얼어붙은 열매를 찾아 먹습니다. 화를 낼 땐 ‘꼬마 맹수‘라 불리고, 가끔은 ‘꼬마 악동‘이 되었다가 밝게 빛나는 뿔 때문에 ‘꼬마 뿔쟁이‘라는 별명도 가진 아기 산양을 눈망울이 똘망똘망 할 땐 ‘꼬마 사슴‘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들판 어디에나 있는 나의 산양, 들판에 있는 유일한 산양, 석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눈동자에 무지개가 일렁이는 아기 산양.
홍수로 강둑을 넘어선 물이 들판을 뒤덮었을 때도, 작업복 차림의 낯선 사람들이 들판을 측량하고 있을 때에도 함께한 아기 산양이 어느날 사라지고 더이상 머물 곳이 없어 고속열차를 타고 그곳을 떠나오던 날 우연히 보게 된 숲을 향하는 산양들 무리 속에 아마도 네가 있을꺼라고, 없다면 어디선가 자유롭게 있을꺼라고 생각하며 소년이 어른이 되고 이제 나이가 들어 갑니다. 계절은 다시 가을이 저물고 눈이 내리는 어느 새벽, 아기 산양을 만나며 이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얇은 그림 동화책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얘기를 담고 있을 줄, 시간을, 계절을 담고 있을 줄 몰랐습니다. 뿔이 뽀족하고 하얀 눈처럼 귀여운 아기 산양과 함께 푸르른 들판을 마구 달리는 소년이 부러울 때도 있었고 시험 보러 가는 모습에 안쓰러울 때도 있었고 아기 산양이 사라지고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아기 산양이라 안심 하면서도 영영 만나지 못할까 걱정을 했는데 산양의 이야기를 쓰는 동안, 소년이 산양을 기억하는 동안, 늘 아기 산양이 곁에 있었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추억이 평상시엔 우리 기억의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가 향기로운 이끌림에, 부드러운 소리에, 아슬한 빛무리에 소환 되는 것처럼.
예쁘고, 귀엽고, 또,또,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기 산양과의 만남에 초대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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