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음악 - 날마다 춤추는 한반도 날씨 이야기
이우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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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이면 우선 기분이 다운 되고, 우산을 써도 축축하게 나 만의 공간을 침범하는 빗방울들이 귀찮고, 특히나 신발 안까지 넘쳐 흘러 들어온 이 빗물은 찝찝함과 짜증을 불러 일으킵니다. 아니, 일으켰습니다. 물론, [날씨의 음악]을 읽었다고 바로 날씨 마다 음악소리가 들리고 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이런 날 퇴근길에 내 꽃무늬 우산을 톡톡 건드리며 조금은 천천히 가도 되는거 아니냐고 말을 거는 빗방울을 상상하게 된 건 정말 이 책 덕분입니다.

먼지로 가득한 거리를 거닐다보면 비라도 한차례 내려 이 먼지들을 쓸고 갔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먼지가 없다면 구름이 끼기도 어렵고 비도 보기 어렵다는 사실(46쪽) 아셨나요? 맑고 깨끗한 환경에서는 수증기가 응결하기 어려워 구름이 만들어지고 비가 내리는 상태에 다다르기 힘들다고 합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반전 입니다.

기후변화와 날씨, 지진해일과 어느 날의 쓰나미로 인한 악몽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구름이 만들어지고 바다가 요동치다 해저 암반이 비틀리면서 집채만한 파고가 해안을 덮치는 이야기, 다행이라면 다행인 먼 여행을 하고 힘이 빠져 온 태풍으로인해 우리나라는 그나마 피해가 적었다는 이야기들을 듣고 나니 절대로 같은 날씨도, 같은 표정의 자연도 없다는 걸 문득 떠올리게 됩니다. 격랑이 이는 날씨가 있는가 하면 또 운치 있게 살랑이는 바람을 피부로 느끼며 구수한 커피 한 잔과 프레데리크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듣는 상상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합니다.

한여름의 더위를 식혀주는 소나기와 장대비, 비 덕분에 멈춰선 공사장의 소음, 비가 그치고 나서 마주하게 되는 맑은 시야, 한겨울의 꽁꽁 언 공기를 따숩게 녹여주는 가족 또는 연인의 손길을, 문득 먼 이국의 유명한 작곡가가 전원을 거닐며 쓴 곡이 주는 평화로움을 [날씨의 음악]을 통해 종종 만났습니다. 그저 좋다고 말하고 싶은 데, 그 좋은 걸 설명하기엔 언어가 부족한 느낌입니다. 날씨에 대해 오해하고 있던 것들도 많았고, 빙하의 기포 속에 그대로 보존 되고 있는 매머드의 숨결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도 싶어지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날씨에 대해 잘 몰라도, 음악에 대해 잘 몰라도, 기상일보에 대해 전혀 몰라도 소소하게, 쏠쏠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오늘, 빗소리는 덕분에 달랐습니다. 심난하더라도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싶을 때 한번쯤 떠올릴 책과 음악이 여기 있습니다. [날씨의 음악] 오늘같이 비오는 날에 강추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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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나, 마들렌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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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니 해충으로 ‘변신‘한 자신과 마주치는 소설을 읽을 때도 이건 소설이니까 가능하다고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박서련 작가의 소설집 안에 실려 있는 작품들을 읽어 나가며 이건 늪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사고의 늪, 착각의 늪, 사회통념의 늪, 기타등등 나름 열린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 생각했던 제 자신이 무너지는 유리천장 바로 아래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을 다른 각도에서 그저 바라만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야말로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있던 유리천장의 붕괴를 목격해야만 했습니다.

첫번째 소설 ‘오직 운전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에서 감염자들을 피해 고분 분투하며 타고 온 차를 폭발 시키고 자신이 불지른 휴게소를 빠져 나오면서 그렇게도 운전하고 싶었던 캠핑카를 유유히 끌고 나와 다음 장소를 찾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남성)라고 찰떡 같이 믿었는데 첫 장을 넘기자 마자 그가 아닌 ‘그녀‘라는 사실에 충격을 먹었습니다. 해충은 받아 들이면서 살아남은 ‘여성‘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이중적인 벽.

표제작인 ‘나, 나, 마들렌‘에 다다라서는 남성도 여성도, 또는 그들이라고 호칭 되는 모든 이들이 이분법적으로 ‘OX‘ 처럼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익숙해졌다 싶어 자신감을 되찾아가나 싶었는데 최대의 복병을 만났습니다. 표지가 표제작을 표제작 했다(?). 나를 뚫고 나온 나는 ‘나‘도 ‘나‘고, 그런 그들은 다시 쪼개지는 것을 염려하며 소설은 끝이 납니다. 어느 날 눈떠보니 나와 똑같은 사람이 존재합니다. 쌍둥이가 아닌, 복제 된 것도 아닌 나에게서 떨어져 나온 나 입니다. 한 명의 나는 출근을 하고, 또다른 나는 어느 소설 창작 수업에서 처음 만나 같이 살고 있는 마들렌의 재판을 보기 위해 법원에 갑니다. 동시에 두곳에 있을 수 없어 고민이었는데 이렇게 해결을 합니다. 하지만, 나와 또다른 ‘나‘의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선 집에는 번갈아가며 들어갑니다.

주객인 전도 된 이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스릴넘치는 가운데 와장창 깨진 멘탈을 부여잡고 고개를 드니 저는 이미 박서련 월드에 입성해 있었습니다. 정체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사회가 용인하는 분류에 나를 맞추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또다른 투명한 유리천장, 유리벽은 없는지, 사실 이게 유리벽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 자체가 자기최면은 아닌지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이 느낌적 느낌은 [나, 나, 마들렌] 세상에 들어와 보지 못한 이들은 결코 느낄 수 없습니다. 혼란과 자멸과 불쑥 튀어 나오는 또다른 자아(?)라니.

추천 합니다! 혼자만 여기 갇혀 있을 수 없습니다. 이상한 건 나눠야 합니다. 어서 오세요. [나, 나, 마들렌] 아니 ‘나‘와 또다른 ‘나‘, 그리고 ‘마들렌‘이 함께 살고 있는 이곳으로.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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