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탄의 세이렌
커트 보니것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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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 오늘, 1922년 11월 11일에 태어난 커트 보니것이 쓴 장편소설 [타이탄의 세이렌 The Sirens of Titan](1959년). 이 책이 처음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간 될 땐 책 제목이 ‘타이탄의 미녀‘였습니다.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과 소설 [오딧세이아]에 등장하는 ‘세이렌‘의 결합은 엄청난 ‘미녀‘ 셋이 찍힌 사진으로 화성을 홍보하는 내용에서 짐작했던 것처럼 ‘미녀‘들은 결국 뱃사람들을 유혹하던 ‘Sirens‘이었습니다. 세이렌들이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사람들을 현혹해 스스로 바다에 뛰어들어 목숨을 잃게 만드는 것처럼 지구에서 고단한 사람들에게 현실을 도피해 미녀들로 가득한 화성행을 부추기는 화성인들의 침투는 성공하였고 지구를 떠나 화성에 도착한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기억이 지워지는 수술과 지구 정복을 위한 군대 또는 화성의 고위급 인사들을 위한 노동자로의 전락 밖에 없습니다.

소설의 처음에 등장하는 윈스턴 나일스 럼포트는 자신의 저택에서 오십구 일에 한번씩 물질화 합니다. 그의 개 카작과 함께 지구와 화성 사이의 뒤틀린 소용돌이 ‘크로노-신클래스틱 인펀디뷸럼‘과 일치 된 맥동으로 인해 그는 지구와 화성,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립니다. 현실에 물질화 하여 등장하지만 미래의 시간을 살고 있는 럼포트는 당시 세계 최초의 개인 우주선을 소유하고 있던 맬라카이 콘스탄트에게 그가 자신의 아내-비어트리스 럼포트-와 화성에서 크로노라는 화성식 이름을 가진 아들을 낳게 된다고 말합니다. 물질화 하는 럼포트가 타이탄에 등장하기 훨씬 전 그곳엔 유일한 존재 샐로가 있었습니다. 지구 나이로 천백만 살인 그는 봉인된 메시지를 ‘우주의 한쪽 가장자리에서 다른 가장자리로‘ 배달해야 하는 유일한 임무를 하던 중 우주선이 망가져 고향인 소마젤란성운의 트랄파마도어에서 우주선의 교체 부품-맥주병 따개만한 우주선 전력공급장치-이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샐로가 광속으로 자신이 겪는 고통에 관한 메시지를 고향에 보냈는데 그 메시지가 트랄파마도어에 도착하기까지는 십오만 년이 걸린데 비해, 고향에서의 답장은 오만 년도 되지 않아 도착했습니다.

‘지구인처럼 원시적인 존재에게는 이처럼 신속한 의사소통의 원리가 기괴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토록 원시적인 존재와 함께 있을 때는, 트랄파마도어의 존재들이 광속의 세 배쯤 되는 속도로, 우주의 텅 빈 공간을 통해 무언가가 되려는 우주적 의지를 메아리치게 함으로써 특정한 충동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354쪽)

인류가 달에 유인 우주선을 착륙시킨 1969년 보다 10년이나 이른 시기에 커트 보니것의 소설에는 다른 은하의 우주선과 우주인, 지구를 떠나 화성에 정착해 살며 화성인으로 거듭나 지구 정복을 꿈꾸며 살아가는 이들이 등장합니다. 화성의 위성들과 수성, 토성의 고리, 물리적이론으로는 불가능한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수시로 넘나드는 존재-럼포트와 카작-가 선동하는 모습을 통해 1959년 즈음의 당시 정치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고, 범우주적 시선으로 지구를 봤을 때 지구는 그저 하나의 행성일 뿐이라며 아직도 인류가 우리은하의 중심에 있다는 착각에 빠진 현대인들에게 조소를 날리는 커트 보니것을 상상하게 됩니다. 과연 그의 상상력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궁금해지게 만드는 작품 [타이탄의 세이렌]을 만나 앞으로 다가올 100년 후의 지구는 우주의 어디까지 갈 것인가 더욱 궁금하게, 상상하게 만듭니다. 위트와 유머와 아이러니의 안에 담긴 깊은 정치적, 도덕적 이슈들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망설이고 계신 커트 보니것의 팬들이라면 무조건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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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12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 풍경 속 타이탄의 세이렌 잘 어울리네요. 커트 보니것 너무 좋아하는데 이 책 복간돼서 좋네요. 저도 곧 읽어보겠습니다.